아베 “일본 모델의 힘 보여줬다” 강조
기준 미달 홋카이도ㆍ가나가와도 해제
장기휴업 따른 경제 위축ㆍ피로감 의식
감염 폭발 없었으나 실태 파악 어려워

일본 정부가 2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발령했던 긴급사태를 모두 해제했다. 지난달 7일부터 도쿄도 등 7개 지역에 적용된 지 48일 만이다. 향후 3주마다 감염 상황을 봐가며 사회ㆍ경제활동을 단계적으로 재개할 방침이나 여전히 정확한 실태 파악이 어려워 재확산 우려는 상존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날 정부 대책본부회의를 주재하고 수도권과 홋카이도 등 5개 광역지역에 대한 긴급사태 해제를 결정했다. 이후 기자회견에서 “구미에선 도시 봉쇄 등 강제 조치를 강구하는 나라도 있지만, 일본 나름의 방식으로 한달 반 만에 수습할 수 있었다”며 “일본 모델의 힘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인구당 누적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가 미국ㆍ유럽 등에 비해 적다는 점을 부각하며 “전세계로부터 기대와 주목을 받고 있다”고도 했다.
이날까지 긴급사태가 유지돼 왔던 5개 지역 중 홋카이도(0.76명)와 가나가와현(0.70명)은 해제 기준인 ‘최근 일주일간 신규 확진자 수가 인구 10만명당 0.5명 이하’를 충족하지 못했다. 그러나 정부는 감소 경향이 뚜렷하고 감염경로 불명 사례가 적다는 점을 이유로 해제 판단을 내렸다. 이에 대해 장기 휴업에 따른 경기 위축과 자영업자들의 불만을 의식해 긴급사태 해제를 서둘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회ㆍ경제활동 범위도 점차 확대된다. 정부는 콘서트ㆍ전시회ㆍ운동경기 등의 입장객 수에 상한을 두고 2~3주마다 단계적으로 완화할 계획이다. 이에 일본 프로야구는 내달 19일 무관중 개최를 결정했다. 다음달 1일부터는 노래방과 체육관 등의 운영도 원칙적으로 허용한다. 도쿄도도 26일부터 음식점 영업시간 상한을 현 오후 8시에서 오후 10시로 연장하고 박물관ㆍ도서관 등을 개방한다.
지난달 초 긴급사태 선언 직전만 해도 컨트롤타워 부재와 소극적인 유전자증폭(PCR)검사, 의료자재 부족 등의 다양한 문제점들이 노출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 “도쿄가 제2의 미국 뉴욕이 될 것”이란 비관론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긴급사태 선언 후 외출 자제와 휴업 등의 조치, 스포츠 등 이벤트 자제 등으로 사람 간 접촉이 급격히 줄면서 감염 폭발을 억제했다. ‘타인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는 일본의 독특한 문화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다만 해외에 비해 적은 검사 건수는 감염 현황과 무증상 환자 추적 등 정확한 실태 파악을 어렵게 하는 불안 요소다. 2차 유행이 발생할 경우 잠재된 무증상 감염자와 고령자가 많은 일본이 다른 나라에 비해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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