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세 청년. 여성. 입당 8개월 차 정치신인. 정의당 쇄신의 칼자루를 쥔 장혜영 혁신위원장을 압축적으로 설명하는 단어다. 정의당 입장에서는 큰 모험을 선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장 위원장을 선택한 배경이 결국 정의당의 미래와 직결됐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당이 장 위원장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정치 문법에 아직 서툰 신인이라는 점이 우선 꼽힌다. 당초 24일 열린 비공개 혁신위원회 회의 전까지 혁신위원장으로 장태수 대구시당 위원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다. 당에서 오래 활동했고, 선거 경험도 많다는 점이 주요 배경이었다. 하지만 이를 뒤집고 만장일치로 새 인물인 장혜영 위원장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혁신위원은 25일 “이제까지 기존 문법으로 당이 운영돼 혁신위까지 만들게 된 것”이라며 “회의에선 지난 총선 결과에 대한 반성과 우리 당이 가야 할 노선을 새롭게 정립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이 공유됐다”고 선출 배경을 설명했다.
여성ㆍ청년을 대표하면서도 전투력 있는 ‘스피커’라는 점도 고려됐다. 장 위원장은 21대 총선에서 청년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다. 그는 조국 전 법무부 사태 당시 미온적으로 대응한 정의당 지도부를 향해 “더 치열하게 싸웠어야 했다”고 당찬 목소리를 내 주목을 받았다. 2011년 연세대 4학년 재학 중 자퇴를 결심한 뒤 “명문대 기득권을 비판한다”는 대자보를 써 ‘SKY 자퇴생’으로 이름을 알린 점도 그의 캐릭터를 도드라지게 하는 일화로 평가 받았다는 후문이다.
장 위원장은 발달장애인인 동생 혜정씨의 자립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이 되며’를 제작했다. 이를 통해 장애인 인권 등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온 정의당의 길과 일맥상통한다는 점도 그를 선택한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장 위원장 앞에 놓인 과제는 무겁다. 당의 노선 재정립부터 리더십 교체, 조직 혁신 등 무거운 과제를 떠 맡았기 때문이다. 시간도 넉넉하지 않다. 혁신위 활동기한은 단 100일이다. 8월말 예정된 전당대회까지 새 지도부 출범을 위한 혁신안을 발표해야 한다. 장 위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정의당 리더십의 교체와 관련해서 백지에서부터도 논의가 가능하다고 본다”며 “당의 근본적 혁신을 위한 대화에 성역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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