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비즈밸리ㆍ지하철 연장 등 속속
4년 후 인구도 55만명으로 증가
독일 환경수도 같은 ‘그린시티’ 구상
천호 등 구도심과 격차 해소 과제
서울에서도 가장 역동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지역을 꼽자면, 단연 강동구다. 올 초까지만 해도 도시가스 공급이 주민 염원일 정도로 홀로 시간이 멈춰버린 마을(가래여울)과, 연일 집값이 고공행진 중인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동시에 품고 있다.
2002년 강동구에서 지역정치에 첫 발을 내디딘 이정훈 구청장마저 “약 20년 전 강동에 왔을 땐 상상하지 못한 놀라운 변화들”이라고 할 정도다. 서울에서 유일무이하게 지하철 3개 노선 연장과 고덕비즈밸리(고덕상업업무복합단지), 강동일반산업단지 조성 등 굵직한 개발 사업을 목전에 두고 있다. 2024년이면 서울에서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55만 도시에 진입한다.
이른바 상전벽해의 땅, 강동을 이끄는 이 구청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라있다. 눈부신 개발 이면에 따라붙는 지역ㆍ계층간 격차 해소는 무거운 과제다. 이 구청장은 지난 21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강동에서도 가장 뒤처진 천호동과 구천면로 일대 변화가 이뤄질 때라야 진정한 변화가 생겼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그 변화가 가시화되는 2023년쯤이면 성장과 분배, 복지가 조화되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가 정한 민선7기 구정목표는 ‘더불어 행복한 강동’이다. 이 구청장은 “그때쯤이면 주민들도 명실상부한 ‘강남4구’로 자부심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_전형적인 베드타운 강동의 최근 변화가 예사롭지 않다.
“‘도시 속 농촌’이라 불리는 강일동 가래여울 마을에 지난 1월에야 도시가스 공급이 시작됐을 만큼 강동구는 크게 달라지고 있다. 그 동안 자족기능이 부족한 베드타운 이미지가 강했다. 미래 먹거리인 고덕비즈밸리(2022년부터 순차적 준공)와 강동일반산업단지(2023년 하반기 준공)가 조성되면 강동은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뤄지는 포용적 자족도시가 된다. 고덕비즈밸리엔 글로벌 가구 유통사 ‘이케아’를 비롯한 150여개 기업 및 복합쇼핑몰, 연구개발(R&D) 센터 등이 들어서고, 강동일반산업단지에는 200개 중소기업 등이 입주한다. 직ㆍ간접적 고용 창출 4만4,700명으로 지역경제가 크게 활력을 띄게 된다.”
_급격한 성장으로 인한 도시기반시설이 부족할 텐데.
“인구가 올해만 약 5만명이 늘었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단지로 꼽히는 둔촌주공 아파트와 고덕ㆍ강일지구, 구도심인 천호ㆍ성내 지역 재정비가 끝나는 2024년이면 인구 55만 도시가 된다. 단순히 인구 유입이 도시 성장이랄 수는 없지만 그런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준비로 상당히 어깨가 무겁다. 서울에서 유일하게 지하철 1개도 아니고 3개 노선의 연장 공사가 진행 중이다. 9호선 4단계가 빠르면 내년 착공, 2026년 개통 예정이다. 5호선은 올해 말 강일역까지 개통한다. 암사역~구리시~별내신도시까지 연결되는 8호선은 2023년 완공 목표로 공사하고 있다. 서울-세종간 고속도로가 2023년 준공하면 세종시까지 승용차로 65분이면 간다. 여기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업무계획에서 제시한 GTX-D 노선이 우리 구를 지나면 수도권 동부 거점이자 교통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다. 노선 도입 시점과 대상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강동을 경유하도록 발빠르게 사전타당성 조사용역에 들어갔다.”
_발전이 지체된 구도심과 격차는 더 벌어지지 않겠나.
“크게 성장하는 지역들과 달리 침체되고 있는 구도심 지역 간 격차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고민 끝에 구정목표를 ‘더불어 행복한 강동’으로 정했다. 천호동을 관통하는 구천면로 주변 개발에 남은 임기 역점을 둘 계획이다. 천호동 일대는 열악한 도시 기반시설과 노후화로 상업과 교통의 요충지였던 과거 명성이 무색할 정도다. 구천면로는 강동에서 가장 어둡고 노후한 거리다. 이 거리를 가장 밝고 따뜻한 거리로 만들고 싶다. 강동형 마을 재생사업의 대표사업이 될 거다. 진정한 변화는 가장 어려운 지역에서 변화가 생길 때 이뤄진다고 본다. 집창촌이던 천호동 일대에 40층 주상복합 4개동이 들어서고(천호1도시환경정비사업), 구천면로 주변과 천호역ㆍ강동역ㆍ길동사거리를 잇는 천호대로변 상업지역에 복합 개발이 완료되면 이 일대는 완전히 바뀐다. 2023년쯤이 성장과 분배, 복지가 조화되는 시기가 될 것이다.”
_1호 공약은 노동권익센터 설치였다.
“강동은 경제도시로 발전하는 동시에 사회적 약자들을 보듬는 복지도시를 지향한다. 노동, 인권, 일자리, 소상공인 권익 신장을 위한 종합행정기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다. 서울시 자치구 최초로 직영으로 지난해 6월 문을 연 노동권익센터는 작년 한 해 58건의 법률상담, 686건의 노무상담을 진행했다. 사무실 없이 이동하며 일하는 택배나 대리운전 기사를 위한 이동노동자지원센터도 운영 중이다.”
_강동은 역사와 생태 환경이란 큰 지역자산을 갖고 있다.
“녹지 면적이 44%인 건 강동이 가진 지리적 이점이다. 올림픽대로로 단절된 선사유적지와 한강을 다시 잇는 ‘암사초록길’을 올해 본격적으로 조성한다. 이 길이 생기면 고덕산, 명일근린공원, 길동생태공원, 둔촌동까지 서에서 동으로 강동구를 두르는 ‘그린웨이’가 완성된다. 강동은 ‘숲세권’이다. 주거 만족도가 높다. 강동이 갈 길은 독일의 환경수도라 불리는 프라이부르크시 같은 ‘그린시티’다. 구청장을 한 번 더 한다면 ‘대한민국 환경수도 강동’이란 비전을 선포하고 싶다.”
진행=박석원 지역사회부장
정리=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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