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에 인력난 과중 vs 대구경찰청장 지시 이행
대구경찰청장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지시한 근무지침을 두고 한 경찰서장과 현장 경찰들이 몇 달째 갈등을 빚은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가 시작된 것은 지난 3월 초였다. 한 경찰서장이 대구경찰청장의 지시사항이라며 보충 근무 수당인 자원근무를 금지하면서 “특정 경찰서만 자원근무를 제한하는 것은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직원들의 불만이 시작됐다.
이 같은 사실은 10일 한 경찰관이 경찰 내부망에 “특정 경찰서만 자원근무를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이 글은 2,000여명에 가까운 경찰관이 확인하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자원근무는 지구대 경찰의 인력 부족과 과도한 업무를 덜어주기 위해 비번 경찰관이 자원해서 근무하는 방식이다. 경찰은 이 제도를 통해 과근무를 해결하는 한편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해당 경찰서 측은 “코로나19사태에 대구경찰청장이 내린 자원근무 제한 조치를 따랐을 뿐더러 치안 근무의 효율성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밝혔지만 정작 대구경찰청은 코로나19사태가 기승을 부린 2월에 자원근무를 일부 허용했다가 한달도 채 되지 않아 별도의 공문을 통해 자원근무 제한조치를 해제했다. 현장 경찰들은 “몇 달간 지속한 비상사태 상황에서 과로에 시달렸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현장 경찰들은 조치가 해제된 것도 모른 경찰서장도 문제지만, 애당초 이런 조치를 한 대구경찰청장도 현장을 너무 모른다는 반응이다.
한 경찰관은 “2월이면 코로나19 사태로 갑호 비상사태가 내려져 연가 중지, 가용경력 100% 동원, 모든 직원이 정착 근무를 할 시점이었고, 여기에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기도 한 대구경찰청의 과도한 교통단속 지시가 내려진 때였다”라면서 “경찰이 한 발짝이라도 더 뛰어야 하는 상황에다 중요하지도 않은 일거리를 쏟아부었으면서 오히려 근무 시간 제한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앞뒤가 안 맞는 지침이었다”고 지적했다.
대구경찰청은 내부망에 이 같은 불만이 팽배하자 중재에 나섰고 다음 날 해당 경찰서는 자원근무를 해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퇴직 경찰관은 “누가 청장 지시를 이행했고 안 했고를 따질 게 아니라 현장을 모르는 지휘관들의 ‘내리꽂기식’ 업무 체계가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지방경찰청이 3월 5일과 17일에도 자원근무 제한 지침을 내렸지만, 이미 2월 말에 자원근무 제한을 허용하는 별도의 공문을 내린 데다 지구대 인력 운영 권한은 경찰 서장에게 있다”고 해명했다.
김민규 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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