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홍콩 독립민주파 소속 오완리 입법의원
“보안법으로 독재괴물 정부와 맞닥뜨려
우리 스스로 미래 결정할 순간 임박”
“中 공산당은 홍콩 영원히 잃게 될 것
광주항쟁처럼 자유ㆍ민주 위해 투쟁”
중국이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국가보안법’ 제정에 나서면서 홍콩이 들끓고 있다. 독립민주파 소속 오완리(李傲然ㆍ28) 입법의원은 25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국가보안법은 홍콩이 엔드게임(Endgameㆍ최후의 대결)으로 가는 도화선이 될 것”이라며 “일국양제(一國兩制ㆍ한 국가 두 체제)의 종언이 머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곧 스스로의 미래를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자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시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홍콩인들의 분노에 대해 “홍콩의 자치를 보장한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중국 공산당은 홍콩을 영원히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한국의 광주민주항쟁을 기억하는 우리들은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완리는 지난해 11월 홍콩이공대 점거 사태 당시 대학 집행위원회 학생 대표로서 내부의 처참한 상황을 알리고 외부의 지원을 촉구하는 역할을 맡았다.
_내달 9일로 민주화 시위 1년이다. 그 동안 무엇을 쟁취했나.
“솔직히 중국 공산당이 철저하게 장악하고 있는 홍콩 정부와 중국 중앙정부는 결코 국민의 의견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는 사실을 절감했을 뿐이다. 우리는 홍콩인이라는 정체성을 형성해 단결해왔고, 자유와 완전한 민주사회를 위해 싸워나갈 것이다. 국제사회와 많은 국가의 국민들이 곳곳에서 우리의 민주화운동을 지원하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다는 점을 확인했다.”
_보안법을 앞세운 중국의 압박에 어떻게 맞설 건가.
“중국이 조만간 직접 보안법을 만들면 홍콩의 모든 행정ㆍ입법ㆍ사법기구를 무시한 채 시행될 것이다. 우리는 독재ㆍ괴물 정부와 맞닥뜨려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에 더 이상 희망을 걸어선 안 된다. 홍콩인들의 단합된 힘을 보여주고 국제사회의 도움을 구해야 한다. 내가 먼저 시위에 동참하고 다른 사람들도 동참하도록 격려하면서 이 ‘법’에 맞서 싸워나갈 것이다. 홍콩의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모든 사람들을 지지한다. 우리가 불태우면 당신들도 함께 끓어오를 것이다.”
_홍콩의 자치를 어떻게 지킬 수 있나.
“중국 공산당에게 물어보고 싶다. 공산당이 여전히 홍콩에 대해 병적인 통제에 집착한다면 홍콩인으로서 더 이상 국제적인 인정을 받을 도리가 없다. 국제 금융 중심지라는 위상은 사라지고 홍콩이라는 지역의 흔적만 남을 것이다. 덩샤오핑(鄧小平)은 홍콩이 50년간 고유의 생활양식을 지키면서 중국 중앙정부의 개입 없이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23년간 그 약속은 깨지고 중국의 개입이 점점 더 노골화하고 있다.”
_홍콩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폭발 직전인데.
“중국이 너무 강하면 미국이 개입해 국제질서와 균형을 유지해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지만 오직 미국만이 중국의 패권에 반대할 수 있다. 냉전이 아닌 열전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_톈안먼(天安門) 시위 31주년인 내달 4일 대규모 집회는.
“홍콩 경찰이 또 방해에 나설 것이다. 지난해 지방선거 압승에도 불구하고 민주진영은 홍콩 정부를 상대로 뭐 하나 제대로 관철하지 못했다. 공무원들의 반대가 거세다. 정부는 올해 9월 입법회(우리의 국회의원) 선거를 취소할지도 모른다. 변함없는 성원에 감사하지만, 앞으로도 더욱 우리를 지원하고 지켜봐 주길 바란다. 우리는 당신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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