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실에 들어간 개그맨 김원훈. ‘두더지 게임기’ 앞에 섰다. 동전을 넣은 뒤 망치로 열심히 두더지를 때리는가 싶더니 갑자기 기계 위에 누웠다. 불쑥불쑥 튀어 나오는 두더지를 등에 대고 안마기처럼 썼다. 그러면서 “플렉스(FLEXㆍ자랑을 의미하는 유행어)”라 외쳤다.
지난 23일 공개된 KBS 유튜브 코미디 채널 ‘뻔타스틱’ 동영상 가운데 일부다. 썰렁하다 못해 “대체 어디쯤에서 웃으라는 것이냐”는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개그콘서트(개콘)’에 대한 좋은 추억마저 훼손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뻔타스틱’은 KBS 간판 코미디 프로그램 ‘개콘’에서 방송됐던 ‘개그맨 플렉스’ 코너의 연장선상에 있는 동영상 채널이다. ‘개콘’이 소재고갈이나 시청률 부진 등을 이유로 잠정적 활동 중지 상황에 들어가면서 그 대신 선보인 게 ‘뻔타스틱’이다. 말하자면 ‘개콘’의 공백을 메우는, 소속 코미디언들의 활동무대를 지상파에서 유튜브로 옮기기 위한 채널이다. 채널 이름은 ‘뻔뻔(FunFun)하게 웃겨드리는 채널’이란 의미다.
그래서 ‘뻔타스틱’은 기대도 모았다. ‘개콘’의 가장 큰 약점은 공영방송사 프로그램이란 부분이었다. 개그 소재 선정에서부터 연출 방식에 이르기까지 다른 방송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제약을 받았다. 그 때문에 ‘유튜브 버전 개콘’이 된 ‘뻔타스틱’에게는, 개그맨들이 공영방송이라는 이유로 펼쳐 보이지 못했던 끼를 마음껏 발산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앞서 KBS는 지난 2월 파격적 유튜브 웹예능 ‘구라철’을 성공시킨 바도 있다.
하지만 영상을 본 이들은 비판을 거듭하고 있다. 지금까지 올라온 동영상은 7개 정도 되는데, 내용은 두더지 게임과 비슷하다. 야구연습장에서 날아오는 공을 배트로 받아 치는 게 아니라 이불을 터는데 쓴다던가, 비싸 보이는 기능성 화장품을 얼굴 대신 팔꿈치에 바른다는 식이다.
인터넷 게시판은 혹평투성이다. A씨는 “이제는 철이 지난 유행어 ‘플렉스’를 남발하면서 지질한 옷과 표정 연기만으로 사람들을 웃기려 하느냐”고 썼고, B씨도 “이제 진짜 재미있다고 만들었다면 ‘개그콘서트’만 망한 게 아니라 한국 코미디가 몰락한 것”이라 비판했다. 한 방송국 PD조차 “이런 콘텐츠를 지상파 방송국에서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를 믿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조회수조차 저조하다. 7개 영상 중 그나마 조회수가 높은 것은 3,500회(25일 기준) 정도였고, 낮은 건 300회 안팎이다. 이 채널을 구독하는 이들조차 622명에 불과하다. 지상파가 만든 유튜브 채널치곤 빈약한 수준이다.
가장 큰 치명타는 식상한 슬랩스틱(Slapstickㆍ몸개그)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에서 막 내리기 직전 ‘개콘’과 같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개콘’ 중단이 사실상 폐지로 받아들여지면서 코미디 프로그램의 맥이 끊기는데 대한 아쉬움을 사라지게 한다는 지적이다. 성상민 문화평론가는 “개그맨 2명이 진행하는 구조의 ‘뻔타스틱’은 다른 유튜브 코미디 채널인 ‘흔한남매’를 연상시켜 신선함이 떨어진다”면서 “최근 시도되고 있는 스탠드업 코미디 등 새로운 포맷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