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열린 ‘더불어민주당-세종시 당정간담회’. 세종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지난 4월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민주당 강준현ㆍ홍성국 의원(당시 당선인)을 비롯해 이춘희 세종시장과 행정ㆍ경제부시장, 서금택 세종시의회 의장, 시 간부공무원 등이 총출동했다.
이 시장은 두 의원에게 당선 축하인사를 한 뒤 A4용지 50여페이지에 달하는 시의 현안사업을 설명하고, 적극적인 협조와 해결을 요청했다. 여기엔 ‘행정수도 완성’의 밑거름이 될 세종시 3법을 비롯한 7대 핵심 입법이 망라돼 있다.
시는 7선의 이해찬 민주당 대표조차 해결하지 못해 자동 폐기됐지만 21대 국회에선 승산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종시와 7대 법안에 대해 우호적인 민주당이 과반수를 훌쩍 넘는 거대 여당이 됐고, 올해 첫 분구돼 2석이 된 지역구도 민주당이 싹쓸이했기 때문이다.
세종시가 행정수도 지위 확보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요청한 ‘7대 입법’은 △헌법 △국회법 △세종시법 △법원 설치법△행복도시법 △스마트도시법 △지방재정법이다.
세종시는 ‘행정수도=세종시’를 명문화한 개헌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현실은 진통을 거듭하며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신행정수도특별법은 ‘서울=수도’라는 관습헌법에 막혀 위헌 판결을 받았다. 2017년 4월 19대 대선 당시 각 정당이 주요 공약으로 채택하고, 이듬해 3월 수도조항이 신설된 대통령 개헌안까지 발의되며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 무산됐다.
20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된 세종시 3법도 세종시 정상건설에 반드시 뒷받침돼야 할 제도적 장치다.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세종의사당 설치의 근거를 담은 필수 법안으로, 2016년 이해찬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20대 국회 내내 진전을 보지 못하며 계류 신세를 면치 못하다가 폐기됐다.
국회세종의사당 설치는 국회-정부간 업무 연계 강화와 행정 비효율 해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와 정치권의 인식이 어느 정도 확산했다. 지난 대선에서 주요 정당 후보들이 국회세종의상 설치 공약을 이구동성으로 내놨고,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됐다. 국회사무처의 설치 운영방안 연구용역에선 예결위 이전 여부와 규모 등을 담은 5개 대안이 나왔다. 이 가운데 업무효율에서 가장 바람직한 대안은 10개 상임위와 국회 사무처 일부, 예결위, 예산정책처, 입법조사처 등의 이전안이 제시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정부 예산에 설계비(10억원.행특회계)가 반영되기도 했다. 정부세종청사와 멀지 않은 곳에 적당한 입지도 물색해 놓았다.
하지만 제1야당인 자유통합당(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권과 수도권의 반발, 부정적 인식 등을 극복하지 못했고, 20대 국회 막바지엔 정치권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자동 폐기됐다.
세종시법 개정안도 빠뜨릴 수 없는 중요 법안이다. 세종시법은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견인하기 위해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으로 탄생한 세종시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직결돼 있다. 골자는 ‘특별자치시’라는 세종시의 특수한 법적 지위에 부합하는 동시에 단층제(광역과 기초가 통합된) 특수성을 반영한 ‘자치조직과 재정권 확보’ 등 제도적 문제점을 보완하는 것이다.
법안은 이해찬 의원이 주민자치 원리와 행ㆍ재정적 특례 강화 등을 담아 지난해 8월 발의했다. 세종시는 도시의 규모는 계속 커지는 반면, 세수는 줄어드는 등 재정 여건이 악화함에 따라 ‘보통교부세 특례’ 조항 등이 담긴 세종시법 개정안 마련을 학수고대했다. 올해는 현행 보통교부세 특례 조항이 종료되기 때문에 더 급하고 절실했다. 하지만 이 법안도 20대 국회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세종시에 행정ㆍ지방법원 설치를 골자로 한 ‘법원 설치법 개정’도 시급하다. 급증하는 사법 수요와 소송 처리기간 지연 등의 문제를 해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는 중앙행정기관 대부분이 세종시로 이전한 만큼 이들을 상대로 한 행정소송의 효율적 대응을 위해서도 ‘제2행정법원’ 설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런 요구를 담아 2019년 1월 바른미래당 김중로 국회의원(비례)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법원 행정처 등 관계기관과 국회의 냉대 속에 표류하다 역시 자동폐기됐다. 결국 반곡동 법원ㆍ검찰청 부지는 공터로 방치돼 있고, 주변에는 빈 상가들만 즐비하다. 심지어 유치권 소송까지 벌어진 상가 건축물까지 등장했다.
여성가족부 등 미이전 및 신설 중앙행정기관의 세종시 추가 이전의 근거가 될 행복도시법 개정안 처리도 빠뜨릴 수 없는 세종시 관련 핵심 법안이다. 현재 행복도시법 상 이전에서 제외된 여성가족부 등 5개 부를 포함해 19개 중앙행정기관과 소속기관(위원회 등)은 수도권에 남아 있다.
시는 21개 기관을 이전검토대상 목표로 정했다. 이 가운데 여성가족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치분권위원회 등 8개 기관은 최우선 이전 검토 대상 목록에 올렸다.
시는 행복도시법 개정을 통해 건설청이 건립한 공공시설물 무상양여도 꾀하고 있다. 건설청이 건립한 38개 지방공공시설을 양여 받아야 하는데 기획재정부가 세종시의 높은 재정자립도와 타 자치단체와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재정부담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종시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의 내실 있는 추진을 위한 스마트도시법 개정안도 필요하다. 개정안에는 현재 추진 중인 민ㆍ관SPC 설립은 사실상 공기업 형태로 운영돼 민간의 창의성 저하 등의 문제가 예상되니 민간 주도로 운영하고, 출자비율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내용을 담자는 것이다.
기타특별회계 예비비 집행과 관련한 제도개선을 하는 지방재정법 개정도 세종시 관련 법안 목록에 담겼다. 특별회계 여유자금을 일반회계에서 차입, 지역개발 등 주요 현안 사업에 투자하자해 여유재원 활용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이 시장은 “세종시가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거듭나기 위해선 세종시 3법 개정이 절실하다”며 “앞으로 시정 주요 현안과 21대 국회의원들의 공약사항을 연계해 실행력을 담보하는데 힘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민주당 박병석(대전 서구갑) 의원이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확정된 것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했다. 이 시장은 “그동안 세종시 건설에 앞장서고, 민주당 국회세종의사당추진특위 위원장도 맡고 있는 박 의원이 국회의장이 돼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집무실 설치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세종시법, 행복도시법, 국회법 개정에 전력을 다하고, 코로나19 이후 민생경제 활력과 고용유지를 위해 시와 시의회, 시민단체와 적극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민주당과 세종시가 원팀이 돼 새로운 세종의 미래를 써 나갈 것”이라며 “주변지역 단체장, 의원들과 협의해 세종을 행정수도를 넘어 사람과 기술, 기업이 밀려오는 도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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