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형 고교학점제 모델 인정, 도입 3년만에 만족도 90% 넘어
세종시 모 고등학교 2학년 김모양은 올해 세종 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에 처음 개설된 ‘환경친화적 건축’ 강좌를 듣고 있다. 김양은 “지구 생태에 어우러진 생활공간을 창작하고, 이를 나누고, 공유하면서 세상에 공유하고 싶어 환경 건축가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김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수업을 못 받을까봐 걱정했는데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돼 정말 감사하게도 잘 배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시 모 중학교 2학년 홍모군은 올해 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에 새로 개설된 ‘법과 정치’를 수강하고 있다. 홍군은 “공직선거법 개정에 따라 올해 처음으로 고3 일부 학생들에게 투표권이 주어지고,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직접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사회와 공동체의 역할, 정치에 관심이 생겨 강좌를 신청했다”며 “학교를 못 나간 건 아쉽지만, 대신 이런 강좌를 들을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학교가 연대해 학생 선택의 폭을 넓혀 4차 산업 혁명시대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세종 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캠공)이 진화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학교 교육이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유연한 온라인 강의가 이뤄지면서 위기상황에서 더 큰 빛을 발하고 있다.
◇학생 90% 이상이 만족...4년째 운영 중
세종교육청은 2017년 캠공을 시작해 올해로 4년째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전공과목을 개설해 학생들이 자신의 학교나 인근 학교에서 원하는 과목을 배울 수 있는 교육과정이다. 학교 교과. 학생역량 간 차이를 학교간 공동체성과 지역사회 다양한 분야의 전문 강사인력풀, 학습시설 공동 활용을 통해 학생 흥미와 적성에 따른 자율적인 교육(과목)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학생이 진로에 맞는 교육과정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것이다.
미래핵심역량에 기반한 새로운 학력권에 대한 요구와 학생부종합전형 확대 등 대학입시 제도의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다. 여기에 학교의 미개설 과목 이수를 통한 학력증진은 물론, 사교육 유발요소 억제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캠공은 학생 만족도가 매년 상승하며 3년차에 90%를 넘기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설문조사를 보면 공동교육과정 ⅠㆍⅡ는 수업을 통해 전체 학생의 31%(3년 간 평균 3,870명)이 참여하는 등 높은 자발적 참여율을 보였다.
만족도도 매우 높다. 학생의 경우 첫 해인 2017년 88%에 달했고, 2018년에 89%, 2019년에 91%로 상승했다. 학부모 만족도도 80%로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캠공은 지역 인적 인프라와 전문성을 활용한 새로운 고교학점제 모델로서 그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국무조정실의 세종시 운영성과평가 우수사례로 선정되고, 정부혁신 교육기관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것이다.
캠공은 그 우수성을 인정받으면서 8개 시ㆍ도에서 찾아오는 등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오르며 전국적 선행모델이 되고 있다.
최교진 세종교육감은 “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은 고교체제 개편, 교육과정ㆍ수업 혁신, 대입제도 개선 등을 위한 현 정부 핵심국정과제인 고교학점제 도입을 앞두고 한 발 앞선 기반을 구축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 온라인 포함해 5가지 유형 운영
세종교육청은 지난달 7일 운영에 앞서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취지와 운영방향, 개설 강좌, 수강 신청 방법 등을 안내하는 설명회를 진행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은 만큼 오프라인 설명회는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어 중학교 2, 3학년과 고교 1, 2, 3학년을 대상으로 ‘2020년 1학기 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 수강신청을 받았다. 같은 달 12일 추가 신청까지 마감한 결과 신청자는 전년보다 1,510명 많은 학생이 캠공 수강을 원했다.
학생들의 이런 호응 속에 캠공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올해 첫 선을 보인 온라인 강좌(캠공Ⅲ)다.
캠공Ⅲ은 온라인 스튜디오가 구축된 고교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학생은 가정이나 하굑, 그룹실 등 공간의 제약 없이 수강할 수 있다. 대형 스튜디오는 고운고와 두루고, 양지고 등 3곳에, 소형 스튜디오는 보람고와 세종대성고, 세종고, 아름고, 한솔고 등 5곳에 갖춰졌다.
강좌는 일반계고 교육력 강화를 위한 심화과목, 소인수과목, 전문과목을 중심으로 개설됐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실온닷 사이트를 통해 진행한다. 원활한 수업 진행을 위해 한 강좌 당 최대 수강신청 인원을 13명으로 제안했다.
이번 학기에는 경제, 고급물리학, 고전문학감상, 실용수학, 여행자리, 영미문학읽기 등 11강좌가 개설됐다. 수강 인원은 모집 정원(143명)의 97%인 139명으로 집계됐다.
거점학교를 방문하는 오프라인 수업도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캠공Ⅰ은 권역별 거점학교 공동교육과정이다. 일반계고(15개교), 특목고ㆍ특성화고(4개교) 학생을 대상으로 심화과목, 예체능 실기 전공 교과 및 전문교과 과정을 운영한다. 강사는 공모를 통해 교원자격증 소지자를 모집해 초빙했다.
이번 학기엔 48명의 교사가 36개 과목 52개 반을 맡는다. 강좌는 교육학과 심리학을 비롯해, 융합과학, 프랑스어, 금융일반 등 다양하게 편성됐다.
캠공Ⅱ는 중학생도 수강할 수 있다. 고교생을 대상으로는 사회과학부, 생활과학부, 예체능학부, 인문어학부 등 총 189강좌가 개설됐는데, 참여 학생은 모집인원(3,780명)의 90%인 3,419명에 달했다. 이는 전년(2,168명)보다 1,251명 증가한 것이다.
중학생 대상 강좌는 5개 분야 29개가 개설됐으며, 338명이 신청했다. 캠공Ⅱ는 학교 밖 청소년 수강도 가능하다. 세종교육청은 중학교 공동교육과정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학부모 모니터링단을 구성해 운영할 예정이다.
세종교육청은 이달부터 캠공Ⅳ(연합형 수능 교과 학습반), 2학기부터 캠공Ⅴ(직업 자격증 대비반)을 확대 운영한다. 고교 진로-학력-진학의 비전을 이루기 위해서다.
세종교육청은 강사의 공정한 과정 및 관찰평가를 통해 학생의 성장과정을 기록하고, 학생이 원하는 분야로 진학할 수 있도록 이끄는 선순환 구조를 갖춰가고 있다. 또 캠공의 양적 확장에 머물지 않고 강좌가 끝나면 참여 교사와 강사의 수업만족도를 꼼꼼히 확인하고, 이를 반영하는 등 보다 내실 있게 운영하고 있다.
최 교육감은 “지난 3년 간 진행한 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은 학생의 과목 선택권 확대, 학생 맞춤형 교육과정 실현을 통해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충분히 살리고,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업 역량을 향상시켜 진로진학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며 “앞으로도 아이들이 흥미와 적성에 맞는 배움을 통해 저마다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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