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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코로나와 군비 경쟁

입력
2020.05.25 18:00
수정
2020.05.25 18:1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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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가 지난 15일 괌 해군 기지 부두에 정박해 있다. 루스벨트의 승조원들은 지난달 29일부터 코로나19 격리 상태에서 복귀해 인도ㆍ태평양에서 예정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최근 출항했다. 괌 해군 기지AFP=연합뉴스
미국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가 지난 15일 괌 해군 기지 부두에 정박해 있다. 루스벨트의 승조원들은 지난달 29일부터 코로나19 격리 상태에서 복귀해 인도ㆍ태평양에서 예정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최근 출항했다. 괌 해군 기지AFP=연합뉴스

떠다니는 군사기지 항공모함은 19세기 중반 오스트리아 해군의 열기구 실험에서 시작됐다. 당시는 열기구에 폭탄을 싣고 적진에 떨어뜨리는 형태의 전력이었다. 글자 그대로 항공기를 탑재해 이ᆞ착륙이 가능해진 건 1차 세계대전 직전 미국, 프랑스, 영국 해군이 벌인 개발 경쟁의 결과였다. 1차 대전 중 이 기술은 거듭 발전했고 1920년대에는 일본도 항모 개발국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하지만 워낙 막대한 비용과 첨단 기술력이 필요해 그 군사적 가치에도 불구, 항모 보유 국가는 지금도 열 손가락을 헤아린다. 11척을 보유한 미국이 압도적이다.

□ 비대면 상거래를 제외하면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곳이 드물다지만 군대 만큼 이 감염병에 취약한 대상도 없다. 감염 예방의 제1수칙인 ‘거리 두기’가 가장 어려운 조직이기 때문이다. 오갈 데 없이 갇힌 상태로 작전을 해야 하는 군함, 잠수함 등 해군 전력의 경우가 특히 치명적이다. 아니나다를까 미국을 비롯해 프랑스ㆍ네덜란드ㆍ러시아의 항모와 잠수함에서 잇따라 확진자가 나왔다. 미국도 시어도어 루스벨트, 로널드 레이건, 니미츠, 칼 빈슨 등 항모 4척이 코로나 몸살을 앓으며 전력 유지와 훈련에도 차질을 빚었다.

□ 그래서 군사력의 상징과도 같던 항모 증강 전략이 중장기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인지 의문도 제기되는 모양이다. 당초 원자력 추진 항모와 잠수함의 숫자를 늘려 가려던 미 국방부 내에서 함정을 소형화, 무인화하고 분산형의 소규모 전단 체제로 방향을 전환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전력은 막강하지만 그 크기로 인해 오히려 타깃이 되기도 쉬운 항모를 2척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 이런 전략이 기존 세계 안보 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군비 태세가 바뀌더라도 미국과 중국 중심의 군비 경쟁 구도가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코로나19 몸살을 앓는 와중에도 중국은 군사훈련을 멈추지 않았고 미국의 전력 공백을 틈타 남중국해 도발을 늘려 가고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한 막대한 재정 지출 필요에도 불구하고 올해 국방비는 지난해보다 6.6% 늘렸다. 미국은 핵 군축 협상에 유리하다는 자가당착의 이유를 들며 28년 만에 핵실험 재개를 논의 중이라고 한다. 코로나19를 자초한 나라와 그 대응에 사실상 실패한 나라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패권을 놓지 않겠다고 군비 경쟁을 하는 꼴이 볼썽사납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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