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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 르네상스] 2020직지코리아페스티벌, 미래 지식정보세계를 한눈에

입력
2020.06.0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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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직지문화특구서 9월 2일 개막, VR AR 기록유산 미래 체험

무형문화재 임인호(오른쪽) 금속활자장이 지난해 열린 직지코리아페스티벌 고려인쇄체험장에서 관람객들에게 직지 제조술인 밀랍주조법을 시연하고 있다. 청주시 제공
무형문화재 임인호(오른쪽) 금속활자장이 지난해 열린 직지코리아페스티벌 고려인쇄체험장에서 관람객들에게 직지 제조술인 밀랍주조법을 시연하고 있다. 청주시 제공

금속활자는 인류 문명사에서 최고 발명품으로 꼽힌다. 금속활자로 대량 인쇄된 책은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게 했다. 지식 축적이 손쉬워지면서 인류 문명은 급속도로 발전했다. 타임지는 금속활자를 ‘지난 1000년 세계 최고의 발명’으로 선정했다. 유네스코는 “중세적 사고에서 근대적 사고로의 변환을 이끌었다”고 평하기도 했다.

금속활자본 직지(直指)는 이런 금속활자의 종주국이 한국임을 방증하는 귀중한 유산이다. 금속활자로 찍은 인쇄물 중 현재까지 전하는 가장 오래된 책이기 때문이다.

‘2020직지코리아페스티벌(이하 직지코리아)’은 직지를 탄생시킨 청주시가 개최하는 세계인의 한마당 문화 잔치다. 올해로 11번째를 맞는 축제는 오는 9월 2~6일 닷새간 청주 직지문화특구에서 열린다. 다채로운 전시와 공연, 학술, 체험 행사들이 청주고인쇄박물관과 차없는 거리(운리단길) 일대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이번 축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사태 등을 감안해 보여주기 행사는 최대한 간소화된다. 그 동안 행사 때마다 선보였던 초대형 조형물을 설치하지 않는다. 음식과 특산물을 파는 저잣거리도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관람객들이 운리단길 주변 식당이나 상가를 이용하도록 유도할 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영업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을 보듬기 위해서다.

이상현 직지코리아추진위 총감독은 “행사 규모를 줄이는 대신 직지의 가치를 오롯이 전하는 알찬 내용에 방점을 둘 예정”이라며 “공연ㆍ체험 프로그램은 철저히 시민 참여형으로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축제의 주제는 ‘직지, 기억(記憶)너머 상상(想像)’이다. 기록유산 직지를 통해 미래에 구현될 지식정보 세계를 그려보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세계기록유산보존위원회가 중점을 두고 있는 ‘세계 기억 사업(Memory of the World)’ 과도 연결되는 주제라고 행사추진위는 설명했다.

청주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개막식에서는 유네스코 직지상 시상식도 거행된다.

직지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기념해 2001년 제정된 이 상은 기록유산의 보전ㆍ연구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 유네스코가 2년에 한 번씩 주는 상이다. 올해 수상자는 행사 직전인 8월 중 발표될 예정이다.

‘직지, 라운드테이블 2.0’은 그 동안 직지상을 받았던 개인이나 기관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글로벌 행사다. 유네스코 관계자를 포함해 약 20여명이 모여 기록유산 보존ㆍ관리 현안과 국제적 협력을 모색한다.

추진위 측은 “코로나19로 인해 역대 수상자들이 모두 참석할지는 미지수”라며 “각국 관계 기관과 참석 문제를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직지코리아페스티벌 주 행사장인 청주 예술의 전당 광장에 설치됐던 조형물 ‘직지 숲’. 올해 행사는 코로나19 사태 등을 감안해 대형 설치조형물을 설치하지 않고 최대한 간소하게 치를 예정이다. 청주시 제공
지난해 직지코리아페스티벌 주 행사장인 청주 예술의 전당 광장에 설치됐던 조형물 ‘직지 숲’. 올해 행사는 코로나19 사태 등을 감안해 대형 설치조형물을 설치하지 않고 최대한 간소하게 치를 예정이다. 청주시 제공

주제 전시로는 ‘한국의 세계기록유산전’이 마련됐다. 현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국내 16개 유물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 그 가치를 알리는 자리다. 조선왕조실록, 훈민정음, 승정원일기, 일성록, 난중일기 등 과거 기록은 물론 새마을운동, KBS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5.18민주화운동 등 현대 기록물까지 모조리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특별전시관에서는 ‘활자의 나라, 조선’전이 열린다. 세계 최초의 고려시대 인쇄술을 이어받아 주조ㆍ조판술을 한층 더 발전시킨 조선의 모든 활자를 선보인다. 계미자(태종), 경자자ㆍ갑인자(세종)등 50여 종의 전시품은 원칙적으로 원본을 내놓는다는 방침 아래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측과 활자 대여 문제를 협의 중이다.

청주고인쇄박물관 세미나실에서는 ‘기록문화, 청주를 만나다’란 제목으로 학술대회가 진행된다. 국내외 인쇄ㆍ출판 전문가들이 모여 직지가 청주에서 인쇄된 사회ㆍ경제사적 배경, 반도체 등 미래의 기록문화 등을 놓고 토론하고 발전방향을 찾는다. 시민들이 직지 가치를 논하는 시민문화포럼도 별도로 열린다.

시민이 만들고 참여하는 체험 프로그램도 풍성하게 마련됐다.

차없는 운리단길은 매일 밤 9시까지 야간 테마거리로 개방돼 관람객들을 맞는다. 일명 ‘직지야행’을 통해 전통음악, 버스킹 등 갖가지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청소년과 어린이들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실감 콘텐츠로 기록유산의 미래를 체험할 수 있다. 책 내용을 듣고 싶으면 책을 읽어주는 ‘별빛 독서캠프’에 참여하면 된다. ‘오즈의 마법사’ ‘캘리 갱 이야기’ 등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영상물을 감상하는 공간도 있다.

직지코리아추진위는 6월 중 행사 실행업체를 선정한 뒤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세워 행사 준비에 들어갈 참이다. 이 과정에서 지역 문화단체, 시민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실행계획에 반영할 방침이다.

한범덕 청주시장은 “이번 직지코리아는 ‘기록문화 창의도시’사업을 본격화하는 시점과 맞물려 더욱 의미가 깊다”며 “일상의 기록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고, 현재의 기록이 미래자원이 되는 지속가능한 도시의 진면목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세계기록유산 직지 바로알기

세계기록유산 직지 영인본. 청주시 제공
세계기록유산 직지 영인본. 청주시 제공

직지는 1377년(고려 우왕 3년)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간행된 책이다. 정식 명칭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 서양 최초의 금속활자본인 구텐베르크의 ‘42행 성경’(1455년)보다 78년 앞선다. 상ㆍ하권 두 권으로 제작됐는데, 현재 하권 한 권만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남아 있다. 현존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으로 인정받아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직지를 ‘직지심경’이나 ‘직지심체요절’로 부르는 것은 옳지 않다. 직지심경이라하면 불교 경전으로 오인될 수 있어서다. 직지는 큰 스님들의 가르침과 참선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골라 엮은 책으로 경전이 아니다. 직지심체요절이란 명칭은 중국에 있는 불조직지심체요절이란 책과 혼동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된 직지를 약탈문화재로 보는 시각도 문제가 있다. 직지는 구한말 프랑스 공사인 플랑시가 구매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친한파인 그가 우리 고서를 다량 수집한 기록이 있는 것으로 미뤄 약탈 주장은 논리적 근거가 떨어진다. 직지를 최초 금속활자로 잘못 아는 사람도 많다. 직지보다 100년 이상 앞선 13세기에도 금속활자로 책을 찍었다. 그 책이 존재하지 않을 뿐이다. 직지에 반드시 ‘현존하는’이란 수식어가 붙어야 하는 이유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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