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을 꿈꾸다’의 베리 로페즈에 따르면, 북극곰은 북미의 불곰 개체군 중 일부가 시베리아에 고립돼 홍적세 중기 무렵부터 북극곰으로 진화했다.
추위를 견디기 위한 북극 동물들의 진화, 특히 체열 보존 능력은 북극곰의 경우에도 예외가 아니어서 열에 감응하는 적외선 카메라로 북극곰을 찍으면 발자국 외에는 인화되는 게 없을 정도라고 한다. 몸의 단열이 그만큼 완벽해서 발톱과 발바닥으로 발산된 열의 일부가 몇 분 동안 빙판에 온기를 남길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곰은 하루 평균 인간보다 6배가량 많은 열량을 소모한다. 그들은 해빙을 누벼 최소 열흘에 한 마리꼴로 고리물범(ringed seal) 성체를 사냥해야 한다.
북극 생태계 최정상 포식자 북극곰이 지구온난화와 기후위기를 상징하는 동물로 등극한 까닭도 그것이다. 북극 해빙이 급격히 녹아 사냥터가 줄어들면서 북극곰은 굶주리게 됐고, 굶주린 일부가 진화의 경로를 거슬러 남쪽 인간의 영역으로 이동해 더 손쉽게 인간의 사냥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만 년 기적 같은 진화-적응의 위업이 불과 200년 사이에, 화석연료 때문에 위기에 처한 것이다. 북극곰의 남하는 지구 전체, 인류 전체 위기의 방증이다.
북극은 지구 기후 시스템을 조절하는 보일러 조절판이다. 그 조절판이 ‘북극 증폭(Arctic Amplification)’이란 온난화 현상 때문에 빠르게 망가지고 있다. 북극 증폭이란 염수 얼음인 해빙이 담수 얼음보다 빨리 녹아 생기는 현상이다. 해빙이 줄면 알베도(빛에너지 반사율)가 줄어 북극 온난화는 다른 지역보다 2배 이상 빨리 진행된다. 기상이변의 직접적 원인이 그것이다.
북극권 5개국(미국 캐나다 러시아 노르웨이 덴마크)이 서명한 유일한 일반협정인 ‘북극곰 보호 협약’이 1976년 5월 26일 발효됐다. 하지만 야생동물보호단체들이 북극곰 보호 및 사냥 금지를 주장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2013년 ‘야생동식물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은 북극곰을 2급 보호동물에서 1급(모든 종류의 국제거래 전면 금지)으로 격상하려는 미국, 러시아가 아니라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의 입장을 옹호했다. 북극곰 사냥은 이누이트를 비롯한 북극권 원주민의 식량 및 경제적 수입원이자 문화의 일부이기 때문이고, 북극곰 위기가 제한적 사냥 탓이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최윤필 선임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