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코로나 사태로 부산하던 중국 허베이성 우한시 의료인들의 고통을 소개하는 기사를 보도했다. 밀려드는 감염자를 진료하느라 화장실 갈 틈이 없어서, 입고 벗다가 오염될 수 있는 방역복 등 장비를 아끼기 위해서, 물도 덜 마시고 다수가 기저귀를 착용한다는 소식. 여성 의료인들은 잉여의 생리적 고충, 생리(월경) 때문에 이중고를 겪는다는 소식이었다. 생리를 피하기 위해 피임약을 먹고, 갈아입을 속옷이 없어 비닐 방호복 위로 혈흔이 보이는 일도 잦았는데, 그 인터뷰를 방영한 중국 국영 CCTV가 생리를 터부시하는 일부 시민의 항의에 굴복해 해당 장면을 삭제한 일도 있었다. 당시 우한 지역은 한 달 넘게 폐쇄돼 필수 의약품을 제외한 물품 반입조차 금지된 상태였고, 병원 당국은 생리대를 응급 반입물품에서 제외했다.
‘핑크 택스(pink tax)’란 생활용품 구매 시 기능적으로 거의 같은 제품이라도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현실을 일컫는 말이다. 지난 해 7월 미국 허핑턴포스트는 면도기와 여행잡화, 발목보호대, 계산기 등 소재와 기능 면에서 전혀 다르지 않는 제품이 색상만 다른 남성용과 여성용으로 나뉘어 여성용품이 더 높은 가격에 팔리는 사례들을 폭로했다. 심지어 하제(下劑) 가격도 남성용은 5.96달러, 여성용은 12.30달러였는데, 업체 측은 “민감한 여성 기관을 보호하기 위한 특수 기능” 때문이라 설명했지만 조사 결과 성분 차이는 전혀 없었다고 한다. 기사는 동일한 소비 생활을 하더라도 여성은 남성보다 연간 1,300달러를 더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6년 한국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들의 ‘깔창 생리대’ 사연이 SNS를 통해 알려져 격렬한 논란이 됐다. 위생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 계층 청소년의 실태와 규모, 생리대의 안전성과 과도한 세금, 가격 등이 주요 이슈였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생리 자체를 금기시하는 문화와 통념 전반이 도마에 올랐다.
5월 28일은 여성 생리 위생을 위한 독일 비영리 재단 ‘WASH(Water, Sanitation, Hygiene) United’가 2013년 정한 ‘월경의 날(Menstrual Hygiene Day)’이다. 제정 취지는 생리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용품 소외계층을 없앰으로써 궁극적으로 여성 인권을 개선하자는 것이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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