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만에 등장해 당 중앙군사위 회의 주재, 무력시위 예고
軍 장악력 과시… 리병철 부위원장 선출, 박정천 군 차수 승진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24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 진행 사실을 전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회의를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건강이상설’에 휩싸였다가 깜짝 등장으로 건재를 과시했던 2일 평남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 참석 이후 다시 잠행하던 김 위원장이 22일 만에 공개 활동을 재개한 것이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주재한 회의에서) 국가무력 건설과 발전의 총적 요구에 따라 나라의 핵전쟁 억제력을 더한층 강화하고 전략무력을 고도의 격동상태에서 운영하기 위한 새로운 방침들이 제시됐다”며 “포병의 화력타격능력을 결정적으로 높이는 중대한 조치들이 취해졌다”고 전했다. 회의 결과 북한 미사일 개발 분야 핵심인 리병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군수공업부장이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선출됐고, 포병사령관 출신 총참모장 박정천이 군 차수로 승진하는 등 군 인사도 결정됐다.
지난해 ‘북한판 이스칸데르’ 등 개발에 주력했던 신종 무기 4종의 실전 배치를 염두에 두고 군 조직 개편 등으로 군 장악력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또 ‘핵전쟁 억제력’을 다시금 언급해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을 향해 무력시위를 예고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통신은 “전반적 공화국 무장력을 정치사상적으로, 군사기술적으로 더욱 비약시키기 위한 중요한 군사적 대책들과 조직ㆍ정치적 대책들이 연구ㆍ토의되었으며 조직 문제가 취급됐다”고 전했다.
일단 이번 회의는 북한 내부, 특히 군부를 다잡기 위한 성격이 짙다는 것이 북한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통신은 ‘중요군사교육기관의 책임과 역할을 높이기 위한 기구 개편안에 관한 명령서’를 처리했다고 전했다. 앞서 북한 내부에서 불거졌던 김일성군사종합학교의 부정행위 등을 바로 잡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리만건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부정부패 사례도 거론됐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개발 및 실험해 왔던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 등 신종 전략 무기들의 운영 관련 방침을 설정하고, 부대 조직을 재편했을 가능성이 높다. 전략무기 개발 책임자인 리병철을 중앙군사위 2인자인 부위원장으로 임명한 건 전략무기 중심의 군사전략을 끌고 나가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읽힌다. 박정천의 진급 역시 신종 무기를 운영하는 포병에 중점을 두겠다는 메시지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번 확대회의는 대외 메시지보다는 북한 내부적인 군 관리 통제, 새로운 군사편제의 실질적인 필요성 차원이 강해 보인다”며 “코로나 국면에서 군 자체 수입과 운영에도 여러 곤란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로 인한 군의 정치생활 측면에서 문제가 나타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해 12월 북한 국방과학원 대변인 명의 성명 이후 5개월여 만에 핵전쟁 억제력을 재언급한 대목도 주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업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과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지 국면이 바뀔 수 있다고 경고했다는 의미다. 대선을 준비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미흡 대처로 공격 받고 있어, 북한의 무력 도발이 이어질 경우 재선에 더 불리해질 수 있다.
11월 이전 북한의 실제 무력시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추가 무력시위 수단으로는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용 신형 잠수함 공개가 유력해 보인다. 북한은 신포조선소에서 기존 로미오급 잠수함을 개조해 신형 잠수함을 건조 중이다. 지난해 10월 신형 SLBM ‘북극성 3형’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공개한 상황이라 SLBM을 탑재해 발사할 수 있는 잠수함을 조기에 완성하면 강한 군사적 압박이 된다. 미국 본토에 이를 수 있는 ICBM을 시험발사할 경우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압박 같은 강수로 되치기 할 수도 있어 SLBM이 중간 수위 도발 수단으로 꼽힌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의 전략무력 속에 SLBM, ICBM 등이 포함되지만, 아직은 신종 무기 4종세트의 실전 배치에 무게중심이 있다”며 “특히 핵억제력 강화는 행동을 예고했다기보다 대미 압박용 성격이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행보와 관련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관련 부서에서 분석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