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속과 차별화 전략으로 국내시장 토종업체들 강세
국내 공유 오피스 시장 판도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지난해 상장에 실패한 미국의 글로벌 오피스 공유 서비스 업체인 위워크를 포함한 외국계 기업이 주춤하는 사이 최근 패스트파이브를 중심으로 한 토종 업체들의 약진세가 두드러지면서다. 위워크는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최근 110억달러의 투자 실패를 시인한 업체로도 잘 알려져 있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점 수와 입주회원 수 기준으로 패스트파이브가 위워크를 제치고 국내 공유 오피스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위워크 지점은 현재 20개다. 3개월 전만 해도 지점 수가 20개를 밑돌았던 패스트파이브는 지점 규모를 23개까지 늘렸다. 조만간 문을 열 서울 여의도점과 선정릉점까지 합치면 지점은 25개로 늘어난다. 지난해 패스트파이브는 매출 425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210억원)보다 2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부동산 투자기업 포지션에셋에 의하면 지난해 서울 지역 공유오피스 점유 면적은 36만2,000㎡로, 2017년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었다. 업계 간판 기업으로 군림해 온 위워크가 상장 실패의 후유증으로 시달렸지만 국내 업체들의 영역 확장 속도에 편승하면서 시장 규모도 확대됐다. 국내 업체들은 “위워크의 상장 실패는 방만경영 등 내부 요인 탓일 뿐 시장 자체와는 연관성이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포지션에셋 집계 결과 패스트파이브와 스파크플러스, 마이워크스페이스 등 국내 주요 공유오피스 업체 3개의 지점 수는 지난 2월 기준 총 34개로, 외국계 주요 기업들(위워크, 저스트코, 리저스, TEC 등 4개 업체 총 39개)과 대등한 상태다.
업계에선 공유오피스의 성장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기존 사무실의 비싼 임대료와 보증금을 감당하기 어려워지거나 감염을 막기 위해 근무 형태를 유연하게 바꾸면서 공유오피스 이용을 고려하는 기업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유오피스를 이용하면 사무실 운영·관리에 별도 자원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고정비용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기업에 재무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급 이미지와 화려한 인테리어를 무기로 내세운 위워크와 달리 실속과 균형을 강점으로 잡은 토종 공유오피스 업체들의 전략이 국내 시장에서 먹혔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위워크는 1인 기준 한달 자릿세가 60만~70만원을 상회하는 반면 토종 업체들은 대부분 40만원대 이하다. 한 국내 공유오피스 업체 관계자는 “공유오피스를 이용하는 주요 고객이 20, 30대 직장인임을 감안해 주변 인프라가 잘 갖춰진 주요 역세권에 자리를 잡고 입지 조건과 사무실 환경 간 균형을 맞춘 가격을 설정한 게 국내 수요를 끌어들였다”고 귀띔했다.
시장 성장과 함께 공유오피스 규모 또한 커지는 추세다. 포지션에셋에 따르면 지난해 건물 내에서 공유오피스가 사용하는 층수는 평균 6.6층으로, 2012년보다 4.5배 이상 늘었다. 아예 대부분의 층을 공유오피스가 점유하고 건물 이름을 공유오피스 브랜드로 바꾸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초기엔 소규모 또는 스타트업 기업 중심이던 공유오피스 이용이 동화약품, 매일유업, 현대자동차 에어랩, 하나금융 티아이(TI), SK홀딩스, 아모레퍼시픽 등 중견·대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패스트파이브 서울 시청점으로 본사를 옮긴 중견기업 동화약품 관계자는 “시내 한가운데 좋은 위치에 있고 회의실과 접견실, 편의시설 등도 잘 돼있어 직원들 반응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몰려든 수요를 잡기 위한 토종 공유오피스 업체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패스트파이브는 입주 업체들 특성에 따라 지점별로 특별한 공용 공간을 제공한다. 아티스트가 많이 들어와 있는 서울 신사점에는 스튜디오를, 젊은 직장인들이 많은 강남점에는 겟레디존(미용 공간), 필라테스존 등을 설치했다. 스파크플러스는 아침식사를 제공하고, 입주사 직원의 자녀들이 다닐 수 있도록 어린이집을 연계했다. 마이워크스페이스는 서울 강남 지역 특화 공유오피스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경쟁력으로 내세우면서 차별화 시도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로컬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한 토종 업체들이 국내 공유오피스 시장을 주도하면서 시장 지형을 바꿔가고 있다”며 “각 기업별로 올해와 내년 계획 중인 신규 지점이 상당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유오피스 점유 면적은 당분간 꾸준히 늘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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