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로 해고당한 日 연구원 무라야마씨 “터질 게 터졌다”
“후원금 부적절 사용 여전, 해고 과정서 만난 윤미향 개입 거부”
“할머니들을 방치해 수 차례 영양실조 사태가 있었어요. 그 중 한 할머니는 여러 번 영양실조로 병원신세를 진 적이 있었습니다. 10년이 넘도록 방치된 문제가 너무 늦게 세상에 알려져 할머니들께 죄송스러운 마음뿐이에요.”
2006년 4월부터 5년 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주거복지시설인 나눔의집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한 일본인 무라야마 잇페이(村山一兵ㆍ40)씨는 “터질 게 터졌다”고 입을 뗐다. 2011년 초 ‘나눔의집 할머니 인권문제 개선요구서’를 공개해 운영진과 갈등을 겪다가 끝내 해고당한 무라야마씨는 이미 10년 전에 할머니들에 대한 인권침해 의혹 등을 폭로한 내부 고발자였다. 지난해 일본으로 돌아간 무라야마씨는 24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당시에도 직원들이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했지만 그 동안 바뀐 게 아무 것도 없다는 게 너무 가슴 아프다”고 했다.
무라야마씨는 당시 할머니들과 후원자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14페이지짜리 요구안을 작성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영양사가 없어 영양실조에 걸린 할머니들, 할머니 방에 주변 폐쇄회로(CC)TV 를 설치해 이것만 확인하고 대면접촉은 지양하려는 운영자들, 이런 사정을 모르고 계속 후원금을 내는 시민들을 보면서 더 이상의 침묵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당시 무라야마씨가 작성한 요구안에는 △할머니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한 운영 △할머니의 생활복지를 충실히 △할머니의 식사와 영양에 관심을 △할머니의 주거에 안심을 △후원금의 출납을 투명하게 등의 내용이 담겼다. 무라야마씨는 “2011년 당시 나눔의 집에는 2명의 간병인만 상주하고 있었고 9명의 할머니가 도움을 받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였다”며 “수 차례 허리 수술을 해서 이동이 불편했던 김군자 할머니 조차도 간병인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양관리가 따로 이뤄지지 못해 이옥선 할머니는 영양실조로 병원에 입원을 하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무라야마씨는 후원금의 부절적한 사용 관행은 “그 때나 지금이나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운영진은 2002년부터 전문요양시설을 짓겠다며 모금 활동을 펼쳤으나, 생활관만 신축했을 뿐 할머니들 간호 체계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무라야마씨는 당시 시설 운영의 개선을 요구하다 해고되는 과정에서 당시 정대협 대표였던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을 만난 장면도 회고했다. 그는 “보고서를 작성해 위안부 피해자 관련 시민단체에 실태를 알렸지만 모두가 침묵했다”면서 “윤미향씨도 부당하다고 얘기는 했지만 정대협이 나서기에는 복잡한 문제라며 개입하기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일본으로 돌아간 뒤에도 위안부 피해자 연구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는 무라야마씨는 “하늘에 계신 할머니들께 많이 늦어 죄송하다”고 거듭 미안해 했다. 최근 나눔의집과 정의기억연대 사태에 대해서는 “이제라도 나눔의집이 진정 할머니들을 위한 쉼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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