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89가구에 39만명 투자 몰려
분양가 통제로 ‘로또’ 인식 강해져
아파트 미분양ㆍ미계약분에 대한 무순위 청약에 연일 기록적인 청약 인파가 몰리며 과열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5월에만 6개 단지 89가구에 39만명의 투자자가 청약을 신청하고, 무순위 청약 정보가 제공하는 인터넷 카페까지 우후죽순 생겨나는 분위기다. 시중 부동자금이 갈 만한 매력적인 투자처가 나오지 않는 한 이 같은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24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대림산업이 진행한 서울 성동구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잔여 물량 무순위 청약에는 3가구 모집에 무려 26만4,625명이 신청했다. 분양가가 최소 17억원부터 출발하는 데다 중도금과 잔금 대출은 제공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신청자가 몰렸다.
무순위 청약은 계약 포기나 부적격으로 주인을 찾지 못한 잔여 물량에 대해 추가 청약을 받는 것을 말한다. 만 19세 이상이면 청약 통장이 없어도 누구나 신청할 수 있고 당첨자도 추첨으로 뽑아, 지난해 2월 첫 도입된 후 일명 ‘줍줍(줍고 또 줍는다는 의미)’이라고 불리며 큰 인기를 끌다, 최근 들어 다시 열풍이 재점화되는 추세다.
서울뿐 아니라 비수도권 지역에서도 경쟁률이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 19일 진행된 대구 중구 청라힐스자이의 경우 2가구 모집에 4만3,645명이 몰렸다.
‘줍줍’ 열기가 지속되는 이유는 새 아파트의 경우 정부의 분양가 통제로 인근 시세보다 저렴해 당첨만 받으면 수억 원의 차익을 얻을 수 있는 ‘로또’라는 인식 때문이다.
일반 분양 물량의 대부분은 가점제로 공급되고 있는 데다 인기 단지의 경우 경쟁률이 수십 대 1을 기록할 만큼 경쟁률이 치열해 청약가점이 낮은 경우 당첨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렇다 보니 청약 통장도 필요 없고 가점도 신경 안 써도 되고, 무작위 추첨으로 당첨자를 가리는 ‘줍줍’에 수요자들이 대거 몰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줍줍’ 공고와 일정을 알려 주는 부동산 온라인 카페까지 생겨났다.
전문가들은 ‘줍줍’ 등 분양시장 과열 양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강도 규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침체로 거래가 위축된 기존 아파트와 달리 새 아파트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통제로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낮게 책정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 메리트가 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7월부터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가 확대 적용되면 분양가는 더 내려가게 된다. 또 정부가 8월부터 수도권과 광역시의 비규제 지역도 사실상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기로 하면서 막판 투자 수요가 몰려들 것으로 예상된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1,000조원대에 이르는 부동자금이 부동산으로 향하지 않게 하려면 다른 대안을 만들어 돈이 흐를 곳을 마련해 줘야 한다”면서 “부동자금이 갈 곳이 없다면 어떤 규제를 해도 부동산으로 돈이 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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