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방문 때 책상 위에 마크롱이 쓴 책 ‘혁명’ 눈길
3년 전에도 “2번 정독”… ‘젊은 비대위’로 세대교체 나설 듯
주호영 미래통합당 신임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직 수락 요청을 위해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찾은 22일 김 전 위원장의 사무실에서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바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저서 ‘혁명’이다. 김 전 위원장은 3년 전 언론 인터뷰에서 독일어로 쓰여진 이 책을 두 차례 정독했다고 했다. 최근에도 이 책을 사무실 책상에 두고 펼쳐보는 듯했다.
정치신인이었던 1977년생 마크롱이 39세 젊은 나이에 대통령에 당선된 2017년부터 김 전 위원장은 그에게 큰 관심을 보여 왔다. 김 전 위원장은 “수십년 동안 변하지 않은 게 프랑스 정치”라며 “기득권에 취해 여야 모두 같은 처방전만 내놨고, 양극화만 계속되면서 결국 마크롱을 만들어 낸 것”이라 진단한 적이 있다. 그때의 프랑스와 지금의 우리나라 상황이 비슷하다는 게 김 전 위원장의 생각이다.
그가 “1970년대 이후에 출생한 사람들 중에서 대권 후보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전 위원장은 “세대교체가 돼야 한국에 미래가 있다고 본다”고도 했다. 통합당 안팎의 반발을 의식한 듯 22일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는 자리에선 “그런 사람들이 나올지 안 나올지 모르는데 40대 기수론을 무조건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했으나, 그가 취임하면 ‘보수 세대교체’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있다.
김 전 위원장의 구상은 비대위 인선에서부터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통합당에 따르면 김 전 위원장은 비대위를 총 9명 규모로 꾸릴 예정이다. 원내대표 등 당연직 비대위원 3명과 초선ㆍ재선 당선자 각 1명씩을 제외한 네 자리에는 당 바깥의 3040세대 경제 분야 전문가와 4ㆍ15 총선에서 낙선한 청년 정치인들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김소연ㆍ김병민ㆍ김재섭ㆍ천하람 전 후보 등이 거론된다.
이른바 ‘젊은 비대위’를 앞세워 ‘기득권, 부자’로 요약되는 낡은 보수 이미지를 벗어내고, 2022년 정권 탈환의 토대를 만들겠다는 게 김 전 위원장의 구상이다. 그는 2012년 한나라당 비대위원 시절 당의 뼈대라고 할 수 있는 당 정강ㆍ정책에서 ‘보수’라는 표현을 대부분 삭제했으나, 자유한국당을 거치며 다시 살아난 일을 지적한 적이 있다. 젊은 세대가 공감하지 않는 이념적 표현을 정강ㆍ정책에서 걷어내는 작업을 다시 추진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당 안팎에선 내년 4월 재ㆍ보궐선거에 출마할 후보를 ‘미스터트롯’ 방식의 국민경선제로 뽑을 것이라는 전망도 벌써부터 제기된다.
김종인 비대위는 절차상 마지막 단계인 27일 전국위원회와 상임전국위를 거쳐 내달 1일 정식 출범할 예정이다. 김 전 위원장은 전국위에 직접 참석해 수락 연설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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