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터줏대감 브라질 원주민이 위험하다. 원래부터 ‘지구의 폐’로 불리는 아마존강 유역의 난개발로 지리적 생존권을 박탈당한 차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원주민들에게 급격히 확산되면서 ‘생물학적 폐’도 위험에 빠졌다.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브라질에서도 원주민 치명률은 일반인보다 훨씬 높다. 세계보건기구(WHO)까지 남미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새 진원지로 지목하면서 브라질 원주민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브라질 보건부가 23일(현지시간) 집계한 코로나19 확진 환자 수는 34만7,398명으로 전날 대비 1만6,508명 증가했다. 사망자는 965명 늘어난 2만2,013명이다. 확진자 대비 사망자의 비율을 나타내는 치명률은 6.3%. 하지만 이를 아마존 원주민에게 대입하면 상황은 훨씬 심각해진다. 브라질원주민협회(APIB)에 따르면 공식 확인된 원주민 집단 확진자는 980명이며 숨진 이는 최소 125명이다. 치명률이 12.8%에 달하는 셈인데, 브라질 전체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이유는 단순하다. 아마존 열대우림 외딴 지역에 사는 원주민의 경우 기본적인 위생 및 의료 도움을 거의 기대하기 힘든 탓이다. 디나만 툭사 APIB 수석 코디네이터는 미국 CNN방송에 “툭사족 거주 지역에는 1,400명이 거주하지만 병원은 하나도 없고 가장 가까운 집중치료시설은 무려 4시간 30분 떨어진 거리에 있다”고 설명했다. 감염병 확산 국면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완전한 고립뿐이라는 얘기다. 이 지역에선 아직 코로나19 환자가 나오지 않았지만 CNN은 지금까지 60곳 이상의 원주민 커뮤니티에서 감염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의회 차원에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고는 하나 도심 확산세를 감안하면 언제 실행에 옮겨질지는 미지수다. 브라질 하원은 지난주 원주민 거주지에 현장 병원을 설치하고 식수 및 식량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은 비상 계획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상원 통과는 기약이 없는 상태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역시 원주민 사회에는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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