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굶주린 쥐들이 주택가에 출몰해 보건당국이 주의령을 발령했다. 원래 워싱턴 DC와 뉴욕 등 미 대도시들은 쥐가 많기로 유명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의 유탄을 맞은 쥐들이 허기로 사나워지기까지 해 비상이 걸렸다.
23일(현지시간)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설치류 통제’라는 경고문에서 “코로나19로 식당과 상업시설들의 영업이 제한되면서 쥐들이 의존하던 음식 쓰레기가 줄었다”며 “일부 지역에서 새로운 먹이처를 찾는 쥐들의 활동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CDC는 특히 “쥐들이 비정상적이고 공격적인 행태를 보인다”면서 쥐를 끌어들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말하고 조언했다. 그간 도심 식당 주변에 서식하며 넘쳐나는 음식물 쓰레기로 먹이 걱정이 없었던 쥐들이 두 달 가량 지속된 영업 제한 탓에 기근에 시달려 흉폭해졌다는 얘기다.
NBC방송도 “먹이가 부족해지자 쥐들이 서로 싸우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도심 설치류 전문가인 바비 코리건은 “갑자기 먹이가 없어진 쥐들에 선택의 여지는 없다. 인간 역사와 비슷하게 ‘군대’를 만들어 집단으로 싸우면서 영역을 차지하고 상대를 잡아 먹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루이지애나주(州) 뉴올리언스에서는 심야 폐쇄회로(CC)TV에 쥐들이 떼를 지어 텅 빈 거리를 이동하는 섬뜩한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쥐들이 도심을 떠나 새로운 서식지로 안착한 곳은 주택가다. 자택 대피령으로 시민들이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음식물 쓰레기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쥐 퇴치가 해묵은 과제인 워싱턴 DC에선 지난달 쥐 출몰과 관련한 주민들의 민원 전화가 800통이 넘었다고 WP는 전했다. 워싱턴 DC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자택 대피령 조치에도 해충 퇴치 담당자들은 필수 인력으로 분류해 근무토록 했다.
국립해충관리협회의 짐 프레드릭스는 “쥐가 주택가에 나타나면 식중독의 원인인 살모넬라균을 옮기고, 특히 쥐의 오줌은 어린이 천식 및 알레르기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쥐들이 주택가에 주차된 차량 엔진이나 타이어를 갉아먹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CDC는 집안 출입문을 잘 잠그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린 쓰레기통 뚜껑을 단단히 닫아 두라고 당부했다. 애완동물 먹이나 새 모이도 마당에 두지 말 것을 권고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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