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최대어로 꼽힌 장재석(29ㆍ203㎝)과 이대성(30ㆍ190㎝)은 소문난 단짝이다. 에어컨리그를 뜨겁게 달궜던 둘은 새 둥지를 찾았다. 공교롭게 장재석이 택한 팀은 이대성이 전주 KCC로 트레이드 되기 전 몸 담았던 울산 현대모비스, 이대성은 장재석의 전 소속 팀 고양 오리온이다.
중앙대 09학번 동기인 이들은 대학 시절 이후 같은 팀에서 뛰는 것도 상상해봤지만 현실은 달랐다. 둘 모두 리그에서 가치가 올라 한솥밥을 먹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래도 시간이 훌쩍 지난 지금 서로 성장한 모습을 보며 흐뭇해 했다.
장재석과 이대성은 지난 22일 처음 만났던 장재석의 모교 경복고 체육관에서 재회해 옛 추억을 떠올렸다. 이대성은 “삼일상고 1학년 때 경복고와 연습경기를 하기 위해 이 곳에 와서 재석이를 처음 봤다”고 말했다. 장재석은 “근데 그 땐 내가 대성이를 잘 못 봤다”고 답했다. 이에 이대성은 “나도 재석이를 그렇게 주의 깊게 안 봤다. 당시엔 서로 ‘잔챙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둘이 처음 대화를 나눈 건 고3 때다. 국내에서 열린 KBLㆍNBA 캠프에 참가한 이들은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다. 장재석은 “둘 다 중앙대 입학이 확정되고 난 이후였고, 내가 먼저 말을 건넸다”며 “‘니가 이대성이구나, 나 장재석이야’라고 했던 게 첫 대화”라고 설명했다. 이대성은 “재석이가 ‘오, 연맹회장기 MVP 이대성’이라고 그랬던 거 같다”고 덧붙였다.
대학 시절 같이 캠퍼스를 누비면서 둘도 없는 사이가 됐다. 이대성은 “사람들은 재석이가 독특해 ‘4차원’이라고 그랬는데 내 생각은 달랐다”며 “시대를 앞서갔던 것뿐이고, 프로페셔널 했다”고 돌이켜봤다. 장재석은 “몸 관리하다고 남들 라면 먹을 때 연어를 먹고 그랬다”며 미소 지었다. 건강식 도시락을 따로 챙겨 먹었던 장재석에 대해 이대성은 “농구를 그렇게 잘하는 거 같지 않은데 유난 떠는 거 같았다. 하지만 지금 보면 내가 몸 관리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것”이라고 했다.
둘은 대학 시절 다른 길을 걸었다. 장재석은 빅맨으로 팀 내에서 입지가 탄탄한 반면 이대성은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다 미국 브리검영대로 향했다. 장재석은 “대성이는 신체 능력이 정말 좋았다. 테리코 화이트(전 SK)처럼 공중에서 한 바퀴 돌아 덩크를 했다. 그래서 ‘넌 1번(포인트가드)을 보면 NBA에 갈 수 있다’고 바람을 많이 넣었다”고 밝혔다.
이대성은 “미래를 보장 받고 간 게 아니라 재석이한테 ‘혹시라도 성공하지 못하고 돌아오면 치킨집을 차려달라’고 약속했고, 나는 재석이의 등 번호(31)를 달고 뛰겠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장재석은 “프로에서 돈을 많이 벌줄 알고 차려준다고 했는데…”라며 웃은 뒤 “내 번호를 달고 뛴다고 해서 감동 받았는데 슛이 잘 안 들어갔다고 하더라. 나 때문에 잘 안 됐나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머리를 긁적였다.
지난 추억들을 돌이켜본 이들은 이제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서로 격려했다. 장재석은 “대성아, 넌 부상이 많더라. 부상 없이 54경기를 다 뛰었으면 한다”며 “오리온은 4쿼터 승부처에 해결사가 필요하다. 네가 그런 역할을 해서 오리온의 영웅이 되어줘”라고 덕담을 건넸다. 이대성은 “재석이가 3점슛 7개 정도 넣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며 웃은 뒤 “눈치를 많이 보는 스타일인데, 새로운 환경에서는 적극적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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