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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하면 치킨집 차려줄게” 약속했던 장재석ㆍ이대성의 절친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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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하면 치킨집 차려줄게” 약속했던 장재석ㆍ이대성의 절친노트

입력
2020.05.25 07:0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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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경복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이대성(왼쪽)과 장재석이 인터뷰 전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두 선수는 중앙대학교 09학번 동기로 농구계에서 소문난 '절친'이다. 정준희 인턴기자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경복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이대성(왼쪽)과 장재석이 인터뷰 전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두 선수는 중앙대학교 09학번 동기로 농구계에서 소문난 '절친'이다. 정준희 인턴기자

프로농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최대어로 꼽힌 장재석(29ㆍ203㎝)과 이대성(30ㆍ190㎝)은 소문난 단짝이다. 에어컨리그를 뜨겁게 달궜던 둘은 새 둥지를 찾았다. 공교롭게 장재석이 택한 팀은 이대성이 전주 KCC로 트레이드 되기 전 몸 담았던 울산 현대모비스, 이대성은 장재석의 전 소속 팀 고양 오리온이다.

중앙대 09학번 동기인 이들은 대학 시절 이후 같은 팀에서 뛰는 것도 상상해봤지만 현실은 달랐다. 둘 모두 리그에서 가치가 올라 한솥밥을 먹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래도 시간이 훌쩍 지난 지금 서로 성장한 모습을 보며 흐뭇해 했다.

장재석과 이대성은 지난 22일 처음 만났던 장재석의 모교 경복고 체육관에서 재회해 옛 추억을 떠올렸다. 이대성은 “삼일상고 1학년 때 경복고와 연습경기를 하기 위해 이 곳에 와서 재석이를 처음 봤다”고 말했다. 장재석은 “근데 그 땐 내가 대성이를 잘 못 봤다”고 답했다. 이에 이대성은 “나도 재석이를 그렇게 주의 깊게 안 봤다. 당시엔 서로 ‘잔챙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둘이 처음 대화를 나눈 건 고3 때다. 국내에서 열린 KBLㆍNBA 캠프에 참가한 이들은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다. 장재석은 “둘 다 중앙대 입학이 확정되고 난 이후였고, 내가 먼저 말을 건넸다”며 “‘니가 이대성이구나, 나 장재석이야’라고 했던 게 첫 대화”라고 설명했다. 이대성은 “재석이가 ‘오, 연맹회장기 MVP 이대성’이라고 그랬던 거 같다”고 덧붙였다.

경복고 체육관에서 만난 장재석과 이대성. 정준희 인턴기자
경복고 체육관에서 만난 장재석과 이대성. 정준희 인턴기자

대학 시절 같이 캠퍼스를 누비면서 둘도 없는 사이가 됐다. 이대성은 “사람들은 재석이가 독특해 ‘4차원’이라고 그랬는데 내 생각은 달랐다”며 “시대를 앞서갔던 것뿐이고, 프로페셔널 했다”고 돌이켜봤다. 장재석은 “몸 관리하다고 남들 라면 먹을 때 연어를 먹고 그랬다”며 미소 지었다. 건강식 도시락을 따로 챙겨 먹었던 장재석에 대해 이대성은 “농구를 그렇게 잘하는 거 같지 않은데 유난 떠는 거 같았다. 하지만 지금 보면 내가 몸 관리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것”이라고 했다.

둘은 대학 시절 다른 길을 걸었다. 장재석은 빅맨으로 팀 내에서 입지가 탄탄한 반면 이대성은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다 미국 브리검영대로 향했다. 장재석은 “대성이는 신체 능력이 정말 좋았다. 테리코 화이트(전 SK)처럼 공중에서 한 바퀴 돌아 덩크를 했다. 그래서 ‘넌 1번(포인트가드)을 보면 NBA에 갈 수 있다’고 바람을 많이 넣었다”고 밝혔다.

이대성은 “미래를 보장 받고 간 게 아니라 재석이한테 ‘혹시라도 성공하지 못하고 돌아오면 치킨집을 차려달라’고 약속했고, 나는 재석이의 등 번호(31)를 달고 뛰겠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장재석은 “프로에서 돈을 많이 벌줄 알고 차려준다고 했는데…”라며 웃은 뒤 “내 번호를 달고 뛴다고 해서 감동 받았는데 슛이 잘 안 들어갔다고 하더라. 나 때문에 잘 안 됐나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머리를 긁적였다.

새로운 출발을 서로 응원한 장재석과 이대성. 정준희 인턴기자
새로운 출발을 서로 응원한 장재석과 이대성. 정준희 인턴기자

지난 추억들을 돌이켜본 이들은 이제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서로 격려했다. 장재석은 “대성아, 넌 부상이 많더라. 부상 없이 54경기를 다 뛰었으면 한다”며 “오리온은 4쿼터 승부처에 해결사가 필요하다. 네가 그런 역할을 해서 오리온의 영웅이 되어줘”라고 덕담을 건넸다. 이대성은 “재석이가 3점슛 7개 정도 넣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며 웃은 뒤 “눈치를 많이 보는 스타일인데, 새로운 환경에서는 적극적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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