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강행 처리 저지한 ‘경험’ 의미 커
검찰청법 보류 이후 다양한 견제 움직임
코로나 수습 후엔 일방통행 재연될 수도
일본에서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치 여론을 형성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8일 30대 여성이 올린 것으로 알려진 ‘검찰청법 개정안에 항의합니다’라는 해시태그를 단 트윗이 유명인사들의 참여로 여론의 파도를 만들었고, 야당과 전직 검찰간부들의 반대 움직임을 추동했다. 이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18일 검찰청법 개정안 처리 보류 방침을 발표했다.
진보진영 정치학자인 나카노 고이치(中野晃一) 조치대 교수는 이런 현상을 두고“일본 민주주의에 있어 역사적인 일”이라며 “시민운동에서 SNS 역할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거리 집회가 아닌 SNS 여론만으로 강고한 아베 정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이번 경험이 많은 이들에게 현안에 대한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헛된 행동이 아니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검찰청법 개정안 처리 보류 결정 이후 SNS상의 해시태그 운동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주부터 ‘검찰청법 개정안을 폐안으로’라는 해시태그가 생겨났다. 아베 정권이 검찰청법 개정안 처리를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아서다. 내각 결정으로 검찰 간부의 정년을 연장할 수 있어 검찰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이번 개정안을 올 가을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는 만큼 아예 논란의 싹을 없애려는 목적이다.
구로카와 히로무(黑川弘務) 도쿄고검 검사장의 사퇴 이후엔 ‘이나다 검찰총장을 지키자’ ‘그만둔다면 지금이야 아베 신조’ 등의 해시태그 요구도 줄을 잇고 있다. 지난주 아베 정권이 차기 검찰총장으로 점 찍은 구로카와 검사장이 ‘내기 마작’ 파문으로 낙마하자 총리관저가 이나다 노부오(稲田伸夫) 검찰총장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불거진 여론이다. 이들은 오히려 구로카와 검사장을 차기 검찰총장으로 앉히려고 잇단 무리수를 둔 아베 총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또 정부가 구로카와 검사장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훈고(경고의 일종)’ 처분을 내린 것도 너무 가볍다는 지적이 많다.
다만 해시태그 운동의 영향력이 지속적일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검찰청법 개정 비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정부에 대한 불만이 함께 폭발한 측면이 크다. 정부의 어설픈 대응을 보면서 올바른 정치의 필요성을 절감했지만 코로나19 사태 수습 이후 대정부 비판이 가라앉을 수 있다. 이 경우 아베 정권이 국회 내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비난 여론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시절로 돌아갈 것이란 우려도 여전하다.
2015년 집단자위권 행사를 인정하는 안보법 제ㆍ개정 당시 국회의사당 주변엔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모여 항의 시위와 행진을 벌였다. 그러나 아베 정권은 아랑곳하지 않고 법안을 강행 처리한 뒤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아베 총리는 이후 전국 단위 선거에서 승리를 이어가면서 지난해 11월 역대 최장수 재임 총리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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