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양날의 검’ 잠입수사
정부가 n번방 사태를 계기로 도입을 검토 중인 잠입수사의 실무적인 쟁점은 ‘통제의 방식’이다. 잠입수사를 주로 이용하게 될 경찰에서는 자체 가이드라인과 대법원 판례에 근거해 관리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잠입수사 자체가 위법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재판에서의 증거능력이 문제될 수 있는 만큼, 수사단계에서부터 법원이나 검찰 등의 사법통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잠입수사를 도입한 대표적인 나라는 독일과 미국이다. 잠입수사를 법으로 정한 독일은 잠입수사를 검찰이 통제하도록 하고 있다. 독일 형사소송법은 ‘비공개수사관의 투입은 검사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명시하면서, 경찰이 자체 개시한 경우도 3일 이내 검사의 사후 동의를 받도록 정하고 있다. 피의자가 특정된 잠입수사나, 주거지 출입 때는 법원 동의까지 필요하다.
잠입수사의 대상도 △마약이나 무기거래 △통화 및 유가증권 위조 △국가보호의 영역 △업무상 또는 상습적으로 이뤄지는 범죄 △조직 범죄 △연쇄범죄 위험의 있는 경우 등으로 대상이 제한되며, ‘다른 방법으로 진상을 규명할 가능성이 없거나 현저히 곤란할 것으로 보이는 경우’에만 허용된다.
미국의 경우에는 법무부 장관이 정한 ‘연방수사국(FBI) 가이드라인’에 따라 통제된다. 사안의 중요성에 따라 특별수사담당관, FBI 본부, 잠입수사 감독위원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민감한 사건의 승인을 결정하는 위원회는 FBI 소속 직원과 법무부 형사국 검사들로 구성된다.
지난달 23일 잠입수사 제도 도입을 공식화한 한국은 청소년성보호법이나 성폭력처벌법에 잠입수사 허용 조항을 넣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경찰이 주도해 법무부와 여성가족부에 의견을 묻는 방식으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구체적 통제 방안을 두고는 기관별 입장이 다르다. 경찰은 자체적인 통제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경찰 상부의 승인만으로 잠입수사에 착수하고, 압수수색이나 감청, 체포 등이 필요한 경우에만 검찰을 통해 법원의 영장을 받겠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상급경찰관서 수사부서장의 승인으로 잠입수사에 착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법무부와 검찰은 사법통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본권 침해나 증거능력 논란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분야인 만큼 수사단계에서부터 사법통제가 이뤄져야 기소 이후 벌어질 위법ㆍ위헌 논란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기본권 침해가 불가피한 수사가 영장에 근거하지 않을 경우, 재판에서 증거능력이나 헌법상 영장주의 위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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