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것인가, 달라질 것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 탓에 집단 현장 예배의 위축을 경험한 개신교가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 조짐을 보이자 오히려 고민에 빠졌다. 코로나 이전 상태의 회복을 도모해야 할지, 코로나가 바꾼 현실을 받아들이고 적응해야 할지를 놓고서다.
일단 눈에 띄는 움직임은 교단 연합 단체가 주도하는 회복 운동이다. 23일 개신교계에 따르면, 대표적 교계 연합 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31일을 ‘한국교회 예배 회복의 날’로 정하고 적극 동참해줄 것을 소속 교회에 호소하고 있다. 한교총 공동 대표회장인 문수석 목사는 21일 서울 연지동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31일 주일을 예배 회복의 날로 정해 전국 교회와 함께 캠페인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생활방역’으로 코로나19 대응 전략을 변경하고 고등학교 3학년부터 등교하는 시점에 맞췄다”고 그는 배경을 설명했다.
재확산 가능성이 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시기상조 아니냐는 지적에도 교계 주류가 서두르는 건 자칫 때를 놓쳤다가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 모른다는 위기감에서다. 한교총 사회정책위원장인 소강석 목사는 “몇몇 교회가 정부 권고를 무시하고 예배를 드려 모든 교회가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큰 위기는 코로나 사태가 해결된 뒤에도 한국 교회가 이전과 같은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라며 “마침 전염병 사태가 진정되는 양상이어서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교인들이 오래 모이지 않을 경우 자연스레 신자 이탈과 교세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 우려다. 소 목사는 “이번 예배 회복의 날은 향후 정부와 국회가 교회 생태계를 다시 위협할 경우에 대비해 한국 교회의 하나되고 단호한 의지를 전달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한 종교인들의 영적, 심리적 거리 두기가 극복되고 예배의 생명력이 회복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들의 목표는 코로나 이전으로의 완전한 복귀다. 예배 회복의 날에 참여하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교단은 같은 날 별도 총회 현안 브리핑을 통해 “코로나 사태 이후 교회가 운영하는 복지관과 선교관들이 모두 문을 닫고 교회가 운영하는 카페마저 90% 이상이 운영을 중단한 상황에서 최소한 예배만큼은 회복하자는 게 캠페인 동참 취지”라며 “완전한 예배 회복이 이뤄지기까지는 최소 1, 2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배 회복을 바라는 마음은 보수 성향 교회일수록 더 간절하다. 한교총보다 보수 색채가 짙은 개신교 연합 단체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은 19일 경기 군포시 군포제일교회에서 임원회를 열고 내달 1일부터 40일간 한국 교회의 예배와 교회다움 회복을 위한 릴레이 특별 기도회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한국 교회의 모든 공예배가 중단되고 온라인 예배로 대체된 뒤 다시 온전한 예배로 회복하기까지는 숱한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다.
그러나 이미 인식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온라인 예배에서 성장의 기회를 찾는 교회도 생겨나고 있다. 청년층 교인이 많은 서울 성내동 사람살리는교회는 거리 두기가 완화돼도 이번에 도입한 생중계 방식의 온라인 예배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평일 예배 참여 인원이 온라인 예배 덕에 코로나 이전보다 5배 넘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 교회가 주목하는 효과는 다양화다. 온라인 예배가 현장 예배를 보완하며 상생 가능하다는 게 교회 측 생각이다. 거리ㆍ시간 탓에 물리적으로 교회에 가기 어려운 교인들에게 예배 참여 통로가 넓어졌을 뿐 아니라, ‘랜선 합창’이나 실시간 전화 연결처럼 온라인 예배일 때만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 덕에 도리어 예배가 훨씬 풍성해진 것 같다고 한다.
이런 상반된 동향은 분분한 교계 내부 의견들의 반영이다. 돌아가자는 쪽은 지금 상태를 ‘일시적 비정상’으로 간주한다. 이들에게 현장 예배는 코로나 탓에 상실된, 그래서 되찾아야 할 ‘본질적 무엇’이다. 한교총 소강석 목사는 “종교 영역이 정지하는 게 맞느냐, 철저히 방역 지침을 지키며 종교적, 영적, 문화적 움직임이 진행되는 게 맞느냐. 우리는 후자를 선택한 것”이라며 “코로나가 진정 국면에 들어갔는데도 온라인 예배, 가상 공동체를 끝까지 고집하는 건 비정상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대면 소통’에 대한 거부감도 핵심 저항 동력 중 하나다. 강성영 한신대 신학과 교수는 21일 한신대 신학대학원 주최 토론회에서 기조 발제를 통해 “예배를 갱신하고 목회 콘텐츠를 개발하는 건 코로나19 상황에서 온라인 예배를 다시 현장 예배로 전환하기 위해, 예배의 거룩성과 온전성을 회복하기 위해 신학과 목회가 집중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며 “디지털 기기에 의한 과잉 연결과 과잉 소통이 개인 삶의 자유를 빼앗고 타자 존중의 태도를 잃게 하지 않도록 ‘디지털 금식’과 ‘인터넷 안식’ 실천을 통해 영적 생활의 내적 집중과 평화를 지켜야 한다”고 했다.
반면 대세에 따르며 대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는 현실론도 만만찮다. 이상철 크리스챤아카데미 원장은 지난달 27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신학위원회 등이 연 토론회에서 “코로나19 이후 예배는 숭고와 현전을 넘어 차이와 다름을 섬기는 예배로 나아가야 한다”며 “주일성수(주일을 거룩하게 지키는 일)가 깨졌다는 분함과 안타까움을 곱씹기보다는 코로나 이후 믿음의 체계를 어떻게 다시 세워나가야 할지 모색하는 게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최진봉 장로회신학대 교수(예배설교학)는 7일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마련한 토론회에서 “예배당 공간에 치중하는 ‘외형적 교회주의’가 쇠락하고 상황에 유연하고 신속하게 적응할 수 있는 작고 가벼운 교회들이 관심을 받게 될 것”이라며 “예배 방식에서 온라인 매체를 적극 활용하되 교회 됨의 고유한 본래성을 침해ㆍ변질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성현 부산장신대 겸임교수(예배설교학)는 18일 예장 통합 총회 기관지 ‘한국기독공보’ 기고를 통해 “외형에 방점을 둔 성장 위주 목회 패러다임에서 ‘영성’ 같은 본질에 충실한 목회로의 방향 전환이 중요해진 때”라고 했다.
코로나 위기를 ‘가정 예배’ 정착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해체주의적 시각도 없지 않다. 오석진 감리교신학대 교수(예배학)는 지난달 27일 개신교계 언론 ‘뉴스앤조이’ 기고에서 “초대 교회 때부터 변하지 않는 중요한 하나의 기준은 우리가 하나님께 예배한다고 할 때 어느 특정한 장소, 특정한 시간에만 모여 예배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라며 “주일이면 어김없이 뿔뿔이 흩어져 각자의 예배를 드려온 이들이 가족끼리 또는 교회 내 여러 부서별 소그룹 구성원끼리 둘러앉아 같이 말씀을 읽고 묵상을 나누고 함께 손잡고 기도하며 화음을 맞춰 찬양하는 주체적 예배로 돌아갈 수 있는 때가 지금일 수 있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