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바 ‘갑질 폭행’으로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을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한 주민 심모(49)씨가 구속됐다. 경비원은 이 주민에게 폭행을 당한 후 심적 고통을 겪고 있다는 메모와 음성 녹음을 남긴 후 숨졌다.
서울북부지법 정수경 영장전담 판사는 22일 심씨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정 판사는 “증거인멸 우려와 도망 우려가 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심씨는 지난달 21일 이중주차문제로 경비원 최모씨와 다투다 여러 차례 폭행하고 사직을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코뼈가 부러지는 등의 상해를 입고 사건 일주일 뒤 심씨를 고소했지만 이달 10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최씨가 심씨의 폭언과 폭행 이후 심적 압박을 받았던 정황을 담은 자필메모와 녹음 파일이 공개됐다. 최씨는 녹음파일에서 “심씨에게 맞으면서 약으로 버텼다. 밥을 굶고 정신적 스트레스”라며 불안을 호소했다. 또 “경비가 억울한 일을 안 당하도록 강력 처벌해 달라는 글도 남겼다.
그러나 심씨는 경찰조사에서 폭행 의혹 등에 대해 대체로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숨진 경비원의 형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고 나오는 심씨에게 “내 동생 살려내”라고 소리치며 항의하기도 했다.
앞서 서울강북경찰서는 이달 17일 심씨를 불러 11시간에 걸친 조사를 벌였고 이틀 뒤 상해와 폭행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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