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임대차 신고제’ 도입을 재추진하기로 하면서 세입자와 임대인 간의 희비가 어떻게 갈릴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2020년 주거종합계획’에 따라 올해 말까지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임대차 신고제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대차 신고제란 임대인이 전ㆍ월세 계약 관련 내용을 일정 기간 안에 지방자치단체에 의무 신고하도록 하는 제도다. 예정대로 개정안이 통과되면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하반기부터 신고제가 시행되게 된다.
임대차 신고제는 이미 20대 국회에서도 논의된 바 있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8월 이를 골자로 한 개정안을 발의하면서다. 당시 발의안에는 계약 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지자체에 계약 내용을 신고토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100만~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올해 국토부에서 재추진할 임대차 신고제 또한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신고제가 도입되면 전월세 시장은 예전보다 거래가 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주택 임대차계약은 매매와 달리 신고의무가 없어 예비 세입자가 정보를 얻기 어려웠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 9월 기준 임대 추계 692만가구 중에서 실거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은 25% 가량(187만가구)에 불과했다.
또 임대차 신고와 동시에 확정일자가 부여돼, 세입자의 보증금 우선변제권 보호도 수월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임대차 신고제 도입이 전월세 상승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임대소득에 과세가 이뤄지면, 집주인이 임대료를 올리는 방식으로 세입자에게 부담을 전가할 것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우려에 대해 “기우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소득세 과세조건과 비과세 요건까지 전부 따지면, 실제 과세금액은 많지 않다”며 “임대차 신고제가 전월세 상승 요인이 될 것이란 주장은 가능성이 높지 않다”라고 밝혔다.
한편에선 임대차 신고제 도입에 이어, 계약갱신요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도입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4월 총선에서 이를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공약집에 따르면, 계약갱신요구권은 임차인이 최소 4년의 임대차 기간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전월세상한제는 임대료 인상률을 최대 5%로 한정하는 제도다. 민주당이 21대 총선에서 177석의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한 만큼, 공약했던 각종 제도들이 현실화될 거란 전망이 높은 상태다.
이번 정부의 임대차 신고제 추진 선언이 향후 계약갱신요구권 및 전월세상한제 도입의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임대차 신고제가 계약갱신요구권과 전월세상한제의 첫 단추라는 데 동의할 수 없다”며 “제도의 성격이 전혀 다른데, 왜 함께 엮여 논의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일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도 세입자 보호 법률이 통과됐다. 국회는 임대인이 임대차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시한을 계약 만료 1개월 전에서 2개월 전으로 앞당기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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