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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목표치 안 내고 1000조원 ‘슈퍼부양’… 국방비 6.6% 늘려 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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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목표치 안 내고 1000조원 ‘슈퍼부양’… 국방비 6.6% 늘려 선방

입력
2020.05.22 17:30
수정
2020.05.23 00:4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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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전인대 개막… 리커창 “코로나 충격, 성장률 수치 예측 못해”

적자 늘리고 특별 국채 발행, 도시 일자리도 900만개 창출

국방비 증가폭 6.6% 선방… 홍콩·대만 겨냥해 경고 메시지도

리커창 중국 총리가 22일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에서 정부 업무보고를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는 길에 시진핑 국가주석 뒤편 통로를 지나고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리커창 중국 총리가 22일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에서 정부 업무보고를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는 길에 시진핑 국가주석 뒤편 통로를 지나고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구체적인 수치도, 개략적인 범위도 없었다. 중국은 사상 처음으로 경제 방향타인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목표를 제시하지 않은 채 22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시작했다. 대신 경기부양과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에서 벗어나는 데 주력했다. 미국과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대만과 홍콩을 향해서는 압박 수위를 유지하며 단호하게 맞서는 모습을 보였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이날 정부 업무보고에서 “올해는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면서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세계 경제와 무역 환경의 불확실성으로 경제성장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2018년까지 성장률 목표를 구체적인 수치로 발표했던 중국은 지난해에 6.0~6.5% 구간으로 제시하더니 올해에는 이마저도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은 당초 공언한대로 올해 GDP를 2010년의 두 배로 늘리기 위해서는 5.6% 성장이 필요하다. 하지만 1분기 성장률이 -6.8%로 곤두박질친 탓에 목표 달성은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다. 이에 따라 무리하게 지방정부를 다그칠 경우 방역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올해 성장률을 시진핑(習近平) 지도부의 기대에 턱 없이 못 미치는 1.2%로 예상하고 있다. 리다오쿠이(李稻葵)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은 “코로나19의 충격이 워낙 커서 경제의 3대 축인 소비ㆍ투자ㆍ무역이 10월은 돼야 살아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경보는 “성장 목표보다는 지역별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방안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중국은 양적인 확장보다 안정 기조를 유지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리 총리는 “일자리와 삶의 질, 빈곤 퇴치, 소비 활성화 등이 경제성장의 기반”이라며 “외부 충격에 대응하고 경제의 선순환을 유지하기 위해 그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번영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경제의 기초체력을 다지고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는 데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이를 ‘경제 업그레이드’라고 표현했다.

성장 기조에서 한 발 물러섰지만 당장의 조치는 전례 없는 ‘슈퍼 부양책’이었다. 침체된 경기부터 회복시켜야 ‘새로운 길’도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우선 지난해 2.8%였던 GDP 대비 재정적자율을 3.6% 이상으로 높이기로 했다. 작년보다 1조위안 정도를 시장에 더 풀겠다는 의미다. 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각각 1조위안 규모 특별국채와 3조7,500억위안 규모 특수목적채권 발행도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중국판 뉴딜’에 총 5조7,500억위안(약 1,000조원)을 쏟아붓겠다는 것이다. 도시 일자리 900만개를 추가 확보해 실업률을 6%선에 묶어두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쉬훙차이(徐洪才) 중국정책과학회 경제정책위원회 부국장은 “중국의 재정적자는 미국 등 서구에 비해 매우 건전하다”면서 “얼마든지 후속 조치를 취할 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매년 초미의 관심사였던 국방예산은 전년 대비 6.6% 늘었다. 증가 폭 자체는 걸프전 당시 미군의 압도적인 군사력에 충격 받아 국방비를 대폭 늘리기 시작한 1991년 이후 최저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군부가 원한 9%에 못 미쳤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부 총지출 규모가 지난해보다 0.2%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선방했을 뿐 아니라 미국과의 국방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평가할 수 있다. 실제 국방예산의 절대규모는 2011년에 비해 2배 이상으로 늘어나게 됐다.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중국에 맞서려는 홍콩과 대만을 향해서는 일관된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리 총리는 “홍콩과 마카오가 일국양제(一國兩制ㆍ한 국가 두 체제) 원칙을 지키되 국가안보를 위한 법률과 집행 체계를 만들어 헌법상 책임을 다하도록 할 것”이라며 “대만의 분리주의에 강력히 반대하고 독립 추구를 용인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리 총리는 미국을 직접 자극하지는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전인대 개막 연설에서 “중국은 미국과의 1단계 무역협정을 이행하고자 협력해나갈 것”이라며 “다른 국가들과도 경제ㆍ무역 협력을 강화해 상호 이익을 추구하고 다자무역체제를 보호하면서 세계무역기구(WTO) 개혁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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