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루키 시즌 첫 국내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현세린(19ㆍ대방건설)이 데뷔 첫 우승과 신인왕 도전 의지를 동시에 드러냈다. 제주 서귀포시에서 자란 그는 6월초 자신의 고향에서 열리는 롯데칸타타 여자오픈에서의 우승을 꿈꾸고 있다.
현세린은 21일 본보와 인터뷰에서 “지난해까지 갤러리로 입장해 지켜만 봤던 KLPGA 무대를 직접 밟아보니 신기했다. 훌륭한 선배들과도 겨뤄볼 수 있었던 점도 감사하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국내 개막이 늦어졌지만, 최선을 다해 목표로 한 첫 승과 신인왕에 도전하겠다”고 전했다.
이번 시즌 동갑내기 유해란(SK네트웍스), 조혜림(롯데) 등과 함께 KLPGA 투어 유력 신인왕 후보로 평가 받는 현세린은 17일 막을 내린 KLPGA 국내개막전이자 첫 메이저대회인 KLPGA 챔피언십에서 1라운드부터 5언더파 67타를 기록하며 공동 선두를 기록하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비록 4라운드에서 2오버파를 기록하며 최종합계 공동15위(9언더파 279타)로 대회를 마쳤지만, 골프 팬들은 ‘무서운 신인’의 등장에 주목했다. 신인답지 않은 안정된 플레이와 두둑한 배짱이 돋보였다. 현세린은 “사실 첫 국내대회라 선두까지 갈 거란 생각은 못했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많이 쌓은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고 했다.
제주 서귀포시 출신인 현세린은 학창시절까지 축구 선수였던 아버지 영향을 받아 초등학교 땐 두 살 아래 남동생과 프로축구 제주 유나이티드 유소년팀에서 공을 찼고, 테니스로도 두각을 나타냈다. 골프선수로서의 재능도 뛰어나 재작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참가했던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에선 두 차례나 준우승을 거두며 ‘될 성 부른 떡잎’이란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막상 지난 시즌 ‘신인 8승 합작’의 주역들과의 경쟁은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KLPGA 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2년 차 조아연(20ㆍ볼빅), 임희정(20ㆍ한화큐셀)과 한 조에 편성됐던 그는 “친한 언니들과 한 조에 묶여 편한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언니들이 너무 잘 쳐서 내가 버디를 쳐도 좋아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현세린은 ‘몰아치기’가 매서운 유해란, 조혜림 등을 들며 “올해 신인들도 학생 때부터 라이벌로 불리며 선의의 경쟁을 펼쳐왔다”며 “올해도 작년과 또 다른 신인들의 힘을 보여줄 것”이라며 ‘신인 돌풍’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다른 선수와의 경쟁보단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아직 쇼트 게임이 부족하다. 내가 원하는 스코어에 다가설 수 있도록 꾸준히 가다듬을 것”이라고 했다.
국내 첫 대회에서부터 우승 가능성을 보였던 그는 “우승도 해본 사람이 계속 한다고, 우승 기회가 온다면 놓치고 싶지 않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6월 고향인 제주도에서 연달아 열리는 롯데칸타타 여자오픈과 S-오일 챔피언십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특히 롯데칸타타 여자오픈이 열리는 롯데스카이힐은 지난해까지 연습 라운드를 꾸준히 했던 곳이라 내심 기대도 있다.
현세린은 “코로나19가 안정돼 갤러리 응원 속에 대회를 치러보고 싶다”며 “국내에서 경험을 쌓고 이르면 2~3년뒤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무대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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