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대 결의안 제출 공식화
중국 정부가 홍콩 입법회(의회) 대신 ‘홍콩 국가보안법’을 직접 제정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지켜온 ‘일국양제(一國兩制ㆍ한 국가 두 체제)’ 원칙을 허무는 조치여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소강 상태를 보였던 홍콩 반중ㆍ반정부 시위가 다시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장예쑤이(張業遂)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변인은 21일 밤 열린 기자회견에서 “22일 시작되는 전인대 회의에서 2020년 경제발전계획 등 9개의 의안이 논의되며, 홍콩특별행정구의 국가보안법률 제정에 관한 의안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어 “홍콩특별행정구는 중화인민공화국의 분리될 수 없는 한 부분으로서 전인대 대표들은 헌법이 부여한 의무에 따라 홍콩의 국가안보를 지키는 법률을 제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이날 베이징 소식통을 인용, “전인대에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위한 결의안이 제출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중국 당국은 홍콩 입법회가 국가보안법을 통과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최종 판단했다”며 “전인대가 그 책임을 대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보안법 결의안 초안은 22일 오후 제출돼 회기 중 전체 표결을 거쳐 통과될 예정이다. 두 달쯤 뒤 열리는 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최종 입법 절차가 마무리되면 법안은 효력을 갖게 된다. 홍콩 법률은 통상 일국양제 원칙에 근거해 홍콩 입법회를 통해 만들어지지만, 중국 의회 격인 전인대도 권한을 갖고 있다.
국가보안법 제정은 코로나19를 제외하면 현재 홍콩 정치권 및 시민사회의 최대 관심사다. 홍콩 정부는 2003년에도 국가보안법 제정 작업에 착수했으나 거센 반대 여론에 밀려 논의가 결국 무산됐다. 그러나 지난해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를 계기로 혼란 방지를 위해 국가보안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중국 지도부의 결심이 굳어졌다는 분석이다. 스탠리 응(吳秋北) 전인대 홍콩 대표는 “송환법 반대 시위 때 홍콩 폭력분자들이 외국 세력과 결탁해 국가 전복을 꾀했다”면서 보안법 필요성을 역설했다.
홍콩 반중 진영은 결사 항전을 예고했다. 첫 무대는 내달 4일 홍콩 빅토리아공원에서 예정된 ‘6ㆍ4 톈안먼(天安門) 시위’ 기념 집회가 될 전망이다. 다만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홍콩에서도 8인 이상 모임이 금지돼 있어 대규모 인원이 참여하는 집회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때문에 주최 측인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는 시내 곳곳에서 게릴라식 시위를 개최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연합회 리척얀(李卓人) 주석은 “8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는 명백한 집회의 자유 탄압”이라고 반발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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