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월스트리트 거리에서 지난 3월 13일 마스크를 쓴 남성이 지나가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감염병 위기에서도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신화는 통할 것인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미국사회에서 민간기업 전반에 나타날 도덕적 해이 현상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에도 부실기업이 대형 회사란 이유로 공적 자금을 받아 살아나는, 질긴 생명력을 용납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바탕에 깔려 있다.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2008~2009년 금융위기 전례가 뼈 아팠던 탓이다. 당장 치솟는 실업률을 감안하면 정부 개입이 필수처럼 보여 위기 극복과 악습 타파 사이 딜레마를 해소하는 게 대책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루이지 징게일스 미 시카고대 교수는 20일(현지시간)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과거 은행권에 적용됐던 대마불사가 이제 다른 민간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2008년보다 훨씬 강도 높은 정부의 전방위 시장 개입이 시작된 이상 부양책에 의존해 자구노력을 방기하는 사례가 속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회사채 매입 수단까지 동원해 사실상 ‘무제한 유동성 공급’을 약속하면서 금융 전문가들의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고문은 지난달 말 연준이 투기등급 회사채도 매입하는 초강수를 내놓자 “연준이 대다수 사람에게 고수익 시장을 개방해 좀비기업 망령을 불렀다”고 경고했다. 회사채 매입 자체도 연준 역사상 처음으로 8,500억달러(약 1,056조원)가 투입될 예정이다. 좀비기업은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이 정부 또는 채권단의 지원을 받아 수명을 연장하는 행태를 가리킨다. 이런 기업이 양산되면 ‘부채 시한폭탄’을 키우는 꼴과 같다. 연쇄적인 실업 도미노를 피하기 어렵고, 언젠가 터질 폭탄을 만드는 과정에 투자자와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가 수반된다.

부작용이 뻔히 예상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충격파가 워낙 큰지라 정부 개입은 불가피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지난 8주간 미국에서는 무려 3,800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만큼 경제 추락 속도를 가늠하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특히 에너지, 항공 등 기반산업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나 국가경제의 근간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정부 주도의 회생책 마련이 절실하다. 토르스텐 슬록 도이체방크 수석경제학자는 최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연준과 정부 개입으로) 좀비기업들이 앞으로 수년간 노동자와 투자자들을 심각한 고통으로 몰아 넣을 수도 있지만 사실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고 분석했다. 투자운용사 인베스코의 크리스티나 후퍼 수석전략가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실업 대란 등 당면 과제가 이렇게 중차대한데 부차적 우려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강조했다.

결국 정부가 자금을 쏟아 부으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절충점을 찾는 게 숙제로 남는다. 캐스린 저지 컬럼비아로스쿨 교수는 최근 경제매체 포브스 기고에서 “금융위기 당시 지나치게 유리한 조건으로 기업에 돈을 빌려주고 살려낸 것이 대마불사 난제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지원 목표와 조건을 명확하게, 그리고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저지 교수는 “미 행정부가 생산적인 기업과 노동자를 보호할 자금조달을 지원하되, 공적 예산이 부채나 주가를 부풀리는 데 흘러가지 않도록 일정 기간 주주와 채권자의 손실을 인정하는 해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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