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사면에 대한 입장은 없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21일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겁내지 않아도 될 시간이 됐다”며 수감 중인 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 필요성을 언급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여권의 무게감 있는 인사가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건 처음이다. 다만 청와대는 “사면에 대한 입장은 없다”고 곧바로 선을 그어 광복절 대통령 특별사면을 앞두고 사면론에 힘이 실릴지는 미지수다.
문 의장은 국회 사랑재에서 진행된 의장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만약 누군가 (문재인 대통령에) 건의할 용의가 있다면 과감히 통합의 방향으로 확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며 “그 중에는 물론 전직 대통령에 대한 상당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타이밍을 놓치면 놓칠수록 논의가 확대된다”며 빠른 결단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다만 문 의장은 “사면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면서 “그 분(문 대통령)의 성격을 미뤄 짐작할 때 아마 못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재판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 대통령의 사면을 말하기는 어렵다”고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문 의장의 사면 발언은 문 대통령이 남은 2년간 통합에 방점을 찍으라는 취지에서 나왔다. 문 의장은 “문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자 신분 때 야당 당사를 모두 방문했다”며 “그 마음을 지금은 더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 의장은 21대 국회의 최우선 과제로 “최소한 내각제로 바꿔 대통령으로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면서 개헌을 꼽기도 했다.
문 의장은 의장을 지낸 2년간 가장 아쉬운 장면으로는 4ㆍ15 총선 당시 아들 석균씨의 ‘공천 세습’ 논란을 언급했다. 그는 “내가 아들 출세시키려고 의장 위치를 이용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이루 말할 수 없는 쓰라린 심경이었다”고 했다. 6선 의원인 문 의장은 29일 20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임기를 마치고, 정계를 떠난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