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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 피해, 성추행보다 정신적 고통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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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 피해, 성추행보다 정신적 고통 크다”

입력
2020.05.21 16:47
수정
2020.05.21 19:1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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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 성폭력 안전실태 조사 결과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협박해 성착취 불법촬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3월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협박해 성착취 불법촬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3월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불법촬영 피해 여성의 정신적 고통이 성추행 피해를 경험한 경우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성폭력 피해 유형 가운데 강간, 강간미수 다음으로 불법촬영 피해가 주는 정신적 고통이 컸다.

여성가족부는 21일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2019 성폭력 안전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실태조사는 성폭력방지법에 따라 2007년부터 3년마다 실시하는 국가 승인통계로, 이번 조사는 통계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상을 기존 7,200명에서 1만106명으로 확대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실태를 보다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불법촬영과 불법촬영물의 유포로 인한 피해를 분리했다.

조사 결과 남녀 통틀어 피해 비율이 가장 높은 성폭력은 성기 노출(12.1%)과 음란전화(10.5%)로 나타났다. 이 밖에 폭행과 협박이 수반되지 않은 성추행(9.3%), 성희롱(5.6%), 폭행과 협박이 수반된 성추행(0.9%) 등을 겪은 비율이 높았다.

‘평생 불법촬영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2016년 0.1%에서 3년 만에 0.3%로 올랐다. 2016년 0.2%였던 여성 피해율이 0.5%로 2배 이상 올랐다.

연구를 진행한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불법촬영물 유포는 실제 피해자에게 물리적으로 행해지는 폭력이 아니라, 본인이 인지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성폭력 피해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유형”이라며 “피해율이 높게 포착되진 않았지만 19~64세 성인 남녀 인구를 일정 비율로 조사해야 하는 통계청 승인 조사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불법촬영 피해자가 입는 정신적 고통의 크기다. 성폭력 피해 여성 중 유형별로 정신적 고통을 경험한 비율을 살펴보면, △강간 86.8% △강간미수 71.5% △불법촬영 60.6% △폭행과 협박이 수반된 성추행 58.1% △성희롱 47.0% △불법촬영물 유포 38.6% △폭행과 협박이 수반되지 않은 성추행 30.9% △음란전화 등 26.5% △성기 노출 등 21.9% 순이었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불법촬영과 유포의 경우 촬영자와 유포자, 넓게는 불법촬영물이 확산된 인터넷 사이트 운영자, 불법촬영 기기 수입업자까지 다수의 가해자가 존재해 개별적으로는 범죄를 저질렀다는 인식을 갖지 못할 수 있다”며 “하지만 피해자에게는 불법촬영물 재유포의 위험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정신적 고통이 크고 그 피해가 지속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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