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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이 관심 가진 형제복지원 사건…어떤 사연 있길래

입력
2020.05.21 17:08
수정
2020.05.2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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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시콜콜 Why] 13년간 원생 감금ㆍ강제 노역…文대통령, 1987년 진상조사 참여 

경남 울주군 청양면 삼정리 야산에 설치된 형제복지원 숙소. 원생 180여명을 강제 노역시키기 위해 축사를 개조했다. 연합뉴스
경남 울주군 청양면 삼정리 야산에 설치된 형제복지원 숙소. 원생 180여명을 강제 노역시키기 위해 축사를 개조했다. 연합뉴스

“사건의 진실을 밝힐 기회가 생겼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국회가 전날 이른바 ‘과거사법’을 일괄 처리한 것과 관련 이같이 밝혔습니다. 진실화해위원회가 10년 만에 다시 문을 열고 2기 활동을 재개하게 된 것을 반긴 건데요.

특히 문대통령은 “제 개인적으로는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기회가 생긴 것에 대해 감회가 깊다”고 강조했죠. 어떤 사건이길래 문 대통령이 이렇듯 관심을 보이는 것일까요.

형제복지원 강제노역 사건은 전국 최대 부랑아 수용시설이었던 부산 형제복지원에서 발생한 최악의 인권유린 사건인데요. 1975년~1987년 13년 동안 형제복지원에서 원생을 감금ㆍ폭행ㆍ성폭행하고 강제 노역에 동원했다고 해요. 심지어 부랑인이 아닌 일반 시민들도 납치해 감금했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걸까요. 당시 거리의 부랑인들을 선도해야 한다는 군사정권의 정책을 명분으로 삼은 건데요. 1975년 만들어진 내무부 훈령 제410호 ‘부랑인의 신고, 단속, 수용, 보호와 귀향 및 사후관리에 관한 업무지침’입니다. 이에 따르면 일정한 주거 없이 관광업소, 역, 터미널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배회하는 모든 사람을 부랑인으로 규정하고 있죠. 얼마든지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무고한 시민들이 영문도 모른 채 끌려와 갖은 고초를 당했던 겁니다. 형제복지원은 경찰과 부산시의 비호를 받으며 매년 3,000명 넘는 사람들을 집단 수용했다고 해요.

복지원 생활은 ‘한국판 홀로코스트’가 따로 없었답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비좁은 수용 시설에서 제대로 씻지도 못하며 하루 10시간 이상 강제 노역을 했다고 해요. 말을 안 들으면 굶거나 폭행 당하고, 심한 경우 살해당하기도 했답니다. 1987년까지 확인된 사망자만 551명에 달합니다. 그 중 일부는 300~500만원에 의과대학의 해부용 시신으로 팔려나갔다고 하죠.

그러나 가해자로 지목된 박인근 복지원장은 건축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혐의만 인정돼 징역 2년 6개월의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습니다. 정작 특수감금 혐의는 무죄를 받았기 때문에 33년 동안 진상규명이 돼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죠.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2기 진실화해위원회 활동에서는 진실이 꼭 밝혀지길 고대한다”며 “진실만이 아픔을 위로하고 용서와 화해로 나아갈 수 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 SNS 화면 캡처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2기 진실화해위원회 활동에서는 진실이 꼭 밝혀지길 고대한다”며 “진실만이 아픔을 위로하고 용서와 화해로 나아갈 수 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 SNS 화면 캡처

무엇보다 문 대통령이 형제복지원 사건을 이토록 안타깝게 생각하는 이유는 따로 있어요. 1987년 문 대통령은 부산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으로 야당이었던 신민당의 진상조사 작업에 참여한 적이 있거든요.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당시 시설이 폐쇄된 뒤여서 진상규명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에 항상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남아있다”고 털어놨어요. 문 대통령은 2014년 피해자들이 국회에서 증언할 때도 야당 대표 자격으로 참석해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죠.

사회에 대한 무지, 정부의 복지시설 관리 소홀이 빚어낸 형제복지원 사건. 이번엔 정말 진실을 밝힐 수 있을까요. 진상규명으로 피해자들이 조금이나마 마음에 위안을 얻길 바랍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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