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은 개막 2주차 KBO리그 파워랭킹을 발표하면서 KIA에 대해 “터커와 그 외(Tucker or Bust)”라 표현했다. ‘갈퀴로 긁어 모으는 듯한 타격’으로 한국 프로야구를 평정하고 있다고도 했다. KIA 팬들 사이에선 “터커가 강제로 KIA의 멱살을 잡고 5강으로 끌고 가고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KIA의 2년차 외국인타자 프레스턴 터커(30ㆍKIA)의 초반 폭발적인 타격이 잠자던 KIA를 깨우고 있다. 터커는 20일 현재 도루를 제외한 공격 전 부문에서 1위 아니면 2위에 올라 있다. 타율(0.442) 타점(20개) 출루율(0.517) 1위, 홈런(5개) 득점(13개) 장타율(0.865)은 2위다. 안타(23개)도 공동 1위에 1개 뒤진 3위다.
그는 지난해 5월 제레미 헤즐베이커의 교체 선수로 KIA 유니폼을 입은 뒤 95경기에서 타율 0.311, 9홈런, 50타점의 무난한 성적으로 재계약에 성공했다. 스스로도, KIA 구단도 약간 모자라다 느낀 부분은 메이저리그 통산 243경기에서 23홈런을 친 장타력이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벌크 업’에 나선 터커는 체중을 약 3kg 불려 100kg에 육박하는 거구로 변신했다. 훈련과 함께 겨우내 땀을 흘린 대가로 힘이 실린 타구는 쭉쭉 뻗어나가고 있다. 2루타도 7개로 공동 1위다.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은 “특별히 장타력 보강에 대한 요구를 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팀에 도움이 되고자 마음가짐을 단단히 한 것 같다”고 칭찬했다.
지금 터커의 타격은 단점을 찾아볼 수 없다. 몰아치기에도 능하고 찬스에도 강하다. 지난 7일 키움과의 경기에서 4타점(1홈런), 10일 삼성전에서 6타점(2홈런), 16일 두산전에서는 7타점(1홈런)을 쓸어 담았다. 개막 14경기에서 안타를 치지 못한 경기는 3경기밖에 없다. 득점권 타율은 0.600(15타수 9안타)에 이른다.
KIA는 외국인투수 천국이었지만 외국인타자와는 별로 궁합이 맞지 않았다. 성공한 선수로 브렛 필, 로저 버나디나 정도 기억난다. 타이거즈 역사상 한 시즌 20홈런 이상을 친 외국인타자는 5명뿐이다.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공인구 적응력으로 밀어치는 홈런이 나오고 있고, 타석에서 유인구에 속지 않고 여유가 생긴 게 2년차 터커의 업그레이드 비결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터커의 맹폭은 중심타선인 최형우와 나지완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상대 투수들은 터커를 피하려다 최형우, 나지완과 승부에 애를 먹는다. 5할 승률(7승 7패)까지 올라선 KIA 상승세의 원동력이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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