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금·퇴직금에 1분기 월평균 소득 되레 늘어
하위 20%만 일자리 급감에 정체… 소득 양극화 심화
11일 오전 서울 성북구 성북구청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추진단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구민들과 통화하고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저소득층의 근로소득에 직격탄을 가해 1분기 소득 격차를 더욱 악화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층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바탕으로 아동수당 등 각종 이전소득 혜택까지 누리는 사이, 저소득층의 임시ㆍ일용직 일자리는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소비가 급감해 가구당 흑자 규모가 오히려 커지고, 퇴직금으로 가구소득이 늘어나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가계소득, 1분위는 ‘정체’ 5분위는 6%↑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3월 가구당 월평균 소득(535만8,000원)은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1년 전보다 3.7% 증가했다. 가장 비중이 높은 근로소득이 1.8% 늘고, 사업소득(2.2%), 이전소득(4.7%) 등도 함께 증가한 영향이다.

하지만 소득 수준에 따라 희비가 갈렸다.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000원(0.0%) 줄어든 149만8,000원이었던 반면, 상위 20%(5분위)는 6.3%나 증가한 1,115만8,000원으로 집계됐다.

가구별 소득은 △2분위(하위 20~40%) 0.7% △3분위(상위 40~60%) 1.5% △4분위(상위 20~40%) 3.7% 등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증가율도 컸다. 이에 따라 5분위 소득을 1분위 소득으로 나눈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지난해 1분기 5.18배에서 올해 5.41배로 더 확대됐다. 코로나19 와중에도 전체 가구소득은 증가했지만 소득격차는 더 벌어진 셈이다.

[저작권 한국일보] 1분기 소득 수준별 월평균 소득. 그래픽=강준구 기자
◇1분위 근로소득 3.3%↓ 5분위 이전소득 36.2%↑

이는 저소득층이 주로 종사하는 임시ㆍ일용직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중 1분위의 근로소득(51만3,000원)은 3.3% 감소했다. 2분위 역시 2.5% 줄어든 174만1,000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4분위와 5분위 근로소득은 7.8%, 2.6%씩 늘었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고용 측면의 소득 증가율이 저소득 분위에서 낮게 나타나 전체적으로 소득분배를 악화시켰다”고 설명했다.

아동수당 등 공적 이전소득도 소득 격차를 벌린 요인이 됐다.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저소득층 건강보험료를 면제하고 가족돌봄휴가 지원금을 지급했지만, 1분위의 공적 이전소득 증가율(10.3%)보다 5분위 증가율(36.2%)이 훨씬 더 컸다. 정구현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아동수당 범위가 6세 미만에서 7세 미만으로 확대됐는데, 자녀가 있는 가구는 4, 5분위에 많다”며 “올해 연말정산 환급금이 평소보다 빠른 3월 지급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런 소득의 격차는 지출 격차로 이어졌다. 1분기 전체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287만8,000원)은 작년보다 6.0% 줄었는데, 1분위(-10.0%), 2분위(-7.3%), 3분위(-11.8%)에서 감소폭이 더 컸다. 5분위와 4분위는 각각 3.3%, 1.4% 감소에 그쳤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득ㆍ지출 격차는 2분기 이후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년 대비 취업자 감소폭은 3월 19만5,000명에서 4월 47만6,000명으로 2배 이상 확대됐다. 특히 임시ㆍ일용직은 3월에 59만3,000명, 4월에는 78만2,000명이나 급감해 4월 들어 고용 충격이 본격화됐다.

이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은 긴급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를 열고 “고용 안정을 위한 노력을 지속,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퇴직자 늘자 퇴직금 포함 소득, 80%↑

한편으론 코로나19가 일부 소득 항목을 급격히 늘리는 현상도 나타났다. 코로나19 여파로 퇴직자가 늘면서 퇴직금이 포함된 비경상소득은 1분기 79.8%나 급증했다. 특히 5분위의 비경상소득은 131.5%나 늘었다.

코로나19로 지출을 훨씬 더 많이 줄이면서 가계 흑자액(처분가능소득-소비지출)은 지난해보다 38.4% 늘어난 141만3,000원으로 집계됐다. 처분가능소득에서 흑자액이 차지하는 비중인 흑자율 역시 32.9%로 7.9%포인트나 상승했다.

강신욱 청장은 “흑자율은 통상 가구가 지출을 하고도 얼마만큼의 저축 여력이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지만, 최근에는 소득 여력이 있음에도 지출이 억제되는 측면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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