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 던지기(빠던), 사구 후 사과는 한국프로야구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풍경이다.
타자가 홈런을 친 뒤 배트를 시원하게 던지는 ‘빠던’은 메이저리그에서 투수에 대한 모욕으로 간주해 빈볼로 응수 당하지만 KBO리그에선 하나의 홈런 세리머니로 비춰진다. NC 출신 메이저리거 에릭 테임즈는 “한국에서 배트 플립은 문화 일부분이라 아무런 피해가 없다”면서 “미국에선 그렇게 하다가 다음 타석 때 옆구리에 공을 맞을 수 있다”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최근 KBO리그가 미국에 생중계 되면서 한국의 빠던 문화에 대한 미국 야구 팬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투수는 또한 타자에게 몸에 맞는 볼을 던지면 1루로 걸어가는 타자를 향해 모자를 벗어 미안함을 표시한다. 선수들의 팽팽한 기 싸움이 벌어지는 메이저리그에서 자주 볼 수 없는 모습이지만 선후배 관계가 뚜렷한 KBO리그는 사구 후 사과가 관례처럼 여겨진다.
외국인 선수에게 KBO리그만의 문화는 낯설게 비춰질 수 있지만 금세 적응한 선수도 있다. 2017년부터 SK 유니폼을 입고 활약 중인 제이미 로맥(35)은 빠던을 종종 한다. 한국에 오기 전까지 빠던을 해본 적이 없어 전준우(롯데) 강진성(NC)만큼 화려한 맛은 없지만 결정적인 한방을 치면 자연스럽게 빠던을 연출한다. 20일 고척 키움전에서도 10연패 탈출을 위한 솔로포를 날린 뒤 시원하게 방망이를 던졌다.
로맥은 “2017년 한국에 와 이곳 야구 문화에 적응하면서 시작했던 ‘빠던’이 동점을 깨고 앞서 나가게 되자 자연스럽게 나왔던 것 같다”고 밝혔다. 로맥뿐만 아니라 KT 3년차 외야수 멜 로하스 주니어(30) 역시 빠던을 즐겨 한다.
NC 투수 마이크 라이트(30)는 지난 19일 잠실 두산전에서 박세혁에게 몸에 맞는 볼을 던지고 모자를 벗어 사과하는 모습으로 팬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튿날 김태형 두산 감독은 “보기 괜찮은 것 같다”며 “우리 팀 투수들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동욱 NC 감독은 “라이트는 한국 문화를 받아들이는데 굉장히 열려 있다”면서 “한국말을 배우려는 노력도 많이 하고 문화를 존중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 경기를 생중계한 미국 ESPN도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고 모자를 벗어 사과하는 방식이 마음에 든다”고 언급했다.
이제는 KBO리그 문화에 스며든 라이트, 로맥처럼 외국인 선수들이 사구 후 인사하거나, 시원하게 방망이를 던지는 모습이 자주 카메라에 비춰질 것으로 보인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