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노스가 손가락을 튕기자 전 세계가 하늘이라도 무너진 듯 절망했다. 소멸한 인류를 되살린 아이언맨의 숭고한 희생에 극장 안은 눈물바다가 됐다. 이제 ‘어벤져스’ 완전체를 볼 수 없다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막막하기도 했다. 대체 ‘어벤져스’가 뭐라고. 기껏해야 영화일 뿐인데. 우리는 왜 진짜도 아닌 이야기에 울고 웃고 열광하는 걸까.
‘이야기의 탄생’은 그 이유를 최신 뇌과학과 심리학으로 설명한다. 모든 것은 뇌에서 시작되는 일이라고 말이다. 우리는 뇌가 구축한 세계에서 살고 있다. 뇌는 감각기관을 통해 포착한 정보로 머릿속에 세계 모형을 만들고, 우리가 그것을 현실이라고 착각하게 만든다. 또한 예기치 못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면서, 새로운 정보에 호기심을 느끼고, 정보 격차를 줄이려고 애쓴다.

이야기의 탄생
윌 스토 지음ㆍ문희경 옮김
흐름출판 발행ㆍ336쪽ㆍ1만6,000원
우리가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으면서 이야기 속 인물이 느끼고 경험하는 것을 똑같이 느끼고 반응하는 건 바로 그런 이유다. 이 얘기는 곧 뇌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안다면 누구나 매력적인 인물과 서사를 만들어 내는 스토리텔러가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야기가 끊임없이 탄생하는 건 우리가 간절히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야기가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이유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야기는 공감대를 형성한다. 인간에게 자연스럽고 유혹적인 집단 혐오에 대한 치유책으로 이보다 더 나은 방법은 없을 것이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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