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시대 혼돈의 학교… 학생도 교사도 힘들기만

고3생이 이번 학기 처음으로 등교한 대구지역 한 고교 급식실 식탁에 높은 칸막이가 설치돼 있다. 독자 제공

“100일만에 간 학교인데 ‘혼밥’이라니요… 초딩(초등학생)도 아닌데 휴식시간에도 쌤님(선생님)이 지켜보니 재미가 없어요.”

지난 20일 등교한 A(18)양은 학교가 재미가 없다. 2월 10일쯤 봄방학 이후 거의 100일 만에 가는 학교여서 기대가 컸다. 그 동안 집에서, 독서실에서 혼자 공부하느라 외롭기도 했던 터라 학교에서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날 날을 기다려왔다. 하지만 기대가 담담함을 넘어 실망으로 바뀌는 데는 오래가지 않았다.

10분 휴식시간 실종사건

교문입구부터 종전과 사뭇 달랐다. 교문 앞에 설치된 방역수칙 입간판, 1m 이상 간격 유지를 위한 바닥 표시, 열화상 카메라, 체온 측정과 손소독까지 이중삼중의 방역망을 통과한 다음 교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입실하는 순간 두 눈을 의심했다. 책상마다 탈부착형 이동식 투명 칸막이에다 이름표와 시간표까지 붙어 있었다. 가뜩이나 작은 책상에 칸막이라니…

여기까진 그나마 양반이었다.

1교시 수업이 끝났지만 선생님이 나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거리 두기를 지도하기 위해서였다. 5분이 지나자 다음 수업 선생님이 들어왔다. 그러자 이전 수업 선생님이 교실문을 나섰다. 이런 일이 휴식시간마다 반복됐다.

A양은 “선생님이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장난치다 다치거나 사고를 내지 않는지 지켜보는 초등학교 선생님처럼 지켜보고 있으니 불편한 게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휴식의 자유를 박탈당한 것 같다”고 불평했다.

점심시간은 신병훈련소 복제판

점심시간은 더 황당했다. 일단 식당 가는 시간이 반별로 다 달랐다. 가는 길도 서로 다르게 했다. 그것도 교사가 반드시 동행했다.

식탁에 앉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학급별로 지정된 구역에, 파란 스티커가 붙은 자리에만 앉을 수 있었다. 천장에 닿을 듯한 불투명한 높은 칸막이에 식욕이 가시는 듯 했다. ‘혼밥’이나 마찬가지였다.

잔반을 버릴 때도 1m 거리 두기를 위해 순서를 기다려야 했다.

다시 교실로 갈 때도 종전과 전혀 딴판이었다. 일단 20~30명이 모일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1m이상 떨어져 서는 것은 기본이었다. 교사 인솔 하에 교실로 복귀했다. 신병훈련소에서 지휘자(지휘관) 인솔 아래 중대 소대 별로 식당으로 이동, 밖에 줄 서 있다가 차례로 들어갔다가 다시 일정 수 이상 모이면 숙소로 향하는 것과 유사했다.

더 답답한 것은 학교에서 양치질을 하기 어렵다는 것. 학생들끼리 밀접접촉을 막기 위해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못하도록 한 때문이다. 하교 후 학원이나 귀가할 때까지 참아야만 했다.

A양은 “오늘(21일) 학생 중에 한 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으니 어쩔 수 없겠다 생각이 들지만 불편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하루 학교 가고 학형(학력평가)에다 곧 중간고사, 학형, 기말고사 정신이 없을 것 같다”묘 “1학년은 딱 2주 등교하고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중간고사여서 우리보다 더 불쌍하다”고 말했다.

수업보다 ‘거리 두기’ 지도…… 교사도 탈진지경

교사들은 학생들보다 더 힘들어 보였다. 오전 7시30분 이전에 출근해 거리 두기 지도에다 발열측정 등 방역을 하고 수업 후 휴식도 못한 채 다음 교실로 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점심시간 학생 인솔은 물론 학생들이 하교하면 교실청소까지 도맡고 있다. 학생들간 거리 두기를 위해 학생이 해 오던 청소를 교사가 대신하도록 한 때문이다.

학교에 따라 등교 허용 시간을 30~40분 정도로 제한하고 있어 출근시간에 맞춰 자녀를 등교시켜 온 학부모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이 와중에 21일 대구농업마이스터고에선 확진자 1명이 나와 비상이 걸렸다. 경북 구미시에 사는 이 학생은 등교개학을 앞두고 19일 오후 기숙사에 들어가면서 실시한 검체검사에서 밝혀졌다. 드러나지 않은 무증상 감염자가 곳곳에 숨어 있다는 방증이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입시일정 등으로 등교개학을 미룰 수 없지만, 만일을 대비해 강력한 거리 두기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며 “다음 주부터 등교하게 될 학생들 중 기숙사생활을 할 타지 학생들은 거주지에서 미리 검체검사를 할 수 있도록 교육부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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