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주시 점검서·운영위 회의록, 후원금 수입·용처 비공개 
 특별위로금 지급 않고 주식비 지출… “낙상사고에도 병원 못 가” 
19일 경기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집’에서 인적이 없는 가운데 한 방송사가 취재를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양로시설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집’을 둘러싼 후원금 유용, 할머니 인권침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나눔의집 내부 직원 다수가 지난해 3월부터 운영진에 여러 문제를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감독권을 가진 지방자치단체가 감사에 나설 때까지 시정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21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경기 광주시의 지도점검결과 통보서와 나눔의집 시설운영위원회 회의록 등에 따르면, 나눔의집이 후원금을 부실 관리하고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적절한 지원을 하지 않은 사실과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 “후원금 공개 않고 개인 용도로 유용” 

광주시는 지난달 2, 3일 나눔의집 지도점검 이후 결과 통지서를 통해 총 21가지 지적ㆍ조치 사항을 전달했다. 광주시는 “시설장 및 종사자들의 사회복지 관련 규정 및 지침 미숙지로 인해 시설 운영이 상당히 미흡하다”며 “나눔의집의 특수성으로 후원금ㆍ후원품이 상당하나 이에 대한 관리가 잘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가장 주요한 시정 대상은 후원금 관리. 광주시 점검 결과 나눔의집은 법인이나 시설 홈페이지 등에 후원금 수입ㆍ사용 결과서를 공개하지 않고 후원자에게도 사용 결과서를 통보하지 않았다. 사회복지사업법 등에 따르면 시설 책임자는 후원금의 수입ㆍ지출 내용을 공개하고 후원자에게 연 1회 이상 통보해야 한다.

특히 나눔의집은 방문객들에게 현금으로 받은 후원금을 금융기관에 맡기지 않고 한 달 이상 방치하는 등 관리를 소홀히 한 점을 지적 받았다. 나눔의집 운영위의 올해 2분기 회의록에 따르면 한 위원은 “김정숙 전 사무국장 자리와 서랍에서 현금과 외화가 다량 나왔음에도 아무런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후원금으로 입금하라는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광주시는 후원금 관리 부적정 행태가 엄중하다고 판단, 과태료 부과 및 주의 조치를 내렸다.

지난해 생활관 증축공사 비용으로 후원금 약 5억원이 사용된 사실도 확인됐다. 토지ㆍ건물을 취득할 때는 반드시 지정후원금을 활용해야 한다. 광주시가 점검을 거쳐 이를 소명하기 위한 지정기탁서 제출 등을 요구하자, 운영진은 방송인 유재석과 가수 김동완 등 일부 거액 기부자들이 마치 증축 후원에 동의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냈다는 게 직원들의 주장이다. 유씨는 수년 간 국제평화인권센터 지정후원금으로 2억1,000만원, 김씨는 비지정후원금 4,000만원을 후원했다. 내부제보자단 대리인 법무법인 가로수의 류광옥 변호사는 “운영진은 이를 위해 두 거액 기부자의 서명과 날인까지도 임의로 위조해 광주시로 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광주시는 후원금 외에도 지방자치단체 등이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지급한 ‘특별위로금’116만원 가량을 할머니 개인에게 직접 지급하지 않고 주ㆍ부식비로 지출한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19일 경기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집 앞 전시관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겨 한산한 모습이다. 홍인기 기자
 
 ◇“피해자 할머니 의료비 외면…원치 않는 신상공개도” 

운영위 회의록 등에 적힌 직원들 발언에 따르면, 나눔의집에 거주하는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인권침해도 적지 않았다. 고령의 피해자 할머니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비를 지원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주로 제기됐다. 한 위원은 “직원들이 강하게 문제제기를 하기 전인 2018년까지 할머니들 병원비와 간병비가 후원금에서 지출되지 않았다”며 “보청기 구입이나 치아 관리 같은 기본적인 사안들도 할머니들 개개인이 해결하게 했다”고 말했다.

일부 운영진은 할머니가 낙상 사고를 당했음에도 병원에 가지 못하게 하고, 장기 입원 중인 할머니를 빨리 퇴원시키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또 “응급실에 가게 될 일이 있을 경우 내부 직원 개인 비용으로 지급하게 했다”고도 했다. 병원비를 대신 지불한 직원들은 국가 보조금에서 초과될 경우 후원금이 아닌 보호자 등에게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광주시는 노인보호전문기관을 통해 할머니 폭행과 학대 등 인권침해 발생 여부를 조사 중이고, 경기도는 “증거 부족 등으로 학대사례로 판정할 수 없으나 학대위험이 내포돼 있는 ‘잠재 사례’라는 판정을 내렸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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