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에서 성전환자의 바뀐 성을 인정하지 않는 법 개정안이 통과해 인권침해 논란이 벌어졌다. 우파 성향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이끄는 정당 피데스가 2018년 의회를 장악한 후 헝가리에선 유럽 내 흐름과는 다른 정책들이 힘을 얻어왔다. 최근 총리 권한을 극대화 한 법 개정으로 독재 논란까지 겹쳐 유럽연합(EU) 내에선 회원국 헝가리의 극단적 ‘마이웨이’ 행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유로뉴스 등에 따르면 헝가리 의회가 전날 트렌스젠더나 간성(間性)인 사람이 자신의 성 정체성에 맞게 법적 성별을 바꾸지 못하게 하는 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신분증과 같은 공적 문서에는 출생 기준 성별만 기재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골자다. 의회 3분의 2를 우파 성향인 집권여당이 차지하고 있어 이 개정안은 찬성 134표로 가뿐히 의회 문턱을 넘었다. 반대는 56표에 그쳤다. 오르반 정부는 이전에도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드러내왔다. 여당 소속 국회의장은 지난해 동성애 커플을 소아성애자에 비유하는 발언으로 문제가 되기도 했다.
개정안 통과에 인권단체들은 반발했다. 대통령 성명 전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요구했다. 국제 앰네스티 헝가리 지부는 성명에서 “이번 결정은 헝가리를 어두운 시절로 되돌리고 트렌스젠더와 간성인 사람들의 권리를 짓밟았다”면서 “성소수자가 직면한 편협하고 적대적인 환경이 악화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EU 내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유럽의회의 테리 라인트케 의원(독일)은 트위터를 통해 이번 개정안을 “트렌스젠더와 간성인 사람들의 권리에 대한 공개적인 공격”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유럽의회의원 실위아 스푸렉(폴란드)도 “새 법은 너무 가혹하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특히 최근 오르반 총리의 ‘마이웨이’ 행보와 맞물려 유럽 내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헝가리 의회는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이유로 총리가 국가비상사태를 무기한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총리 행정명령을 통해 기존 법률을 무력화하거나 새 법률까지 만들 수 있는 내용이다.
‘더는 민주주의가 아니다’라는 비판이 쏟아진 가운데 당시 EU 행정부 격인 EU 집행위원회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모든 비상사태 대책은) 필요한 부분으로만 제한돼야 하고 엄격하게 비례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고 비판적 의견을 냈다. 특히 비상사태 조처가 EU 조약에 정해진 기본 원리와 가치와 맞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럽의회 법치위원회를 이끄는 소피 펠트 의원(네덜란드)은 “헝가리 정부의 행동은 EU 회원자격에 배치된다”고 단언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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