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C 내부 “백악관, 과학보다 정치에 의해 움직여” 비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미국 백악관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간 불협화음으로 로버트 레드필드 CDC 국장의 거취가 위태로워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미국 CNN방송은 21일(현지시간) “CDC와 백악간 사이의 긴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공화당 상원의원들과의 의회 회동에서 CDC를 혹평한 뒤로 레드필드 국장을 바라보는 기류가 부정적으로 변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과 그의 팀이 CDC가 망쳐놓은 코로나19 검사 문제를 성공적으로 잘 풀었다고 극찬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총애’를 받고 있는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의 데버라 벅스 조정관은 “CDC가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현대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수집한다”며 “이 때문에 미국 내 확진자ㆍ사망자 집계가 부정확하고 느리게 이뤄진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레드필드 국장의 입지는 점점 밀려나가는 모양새다.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레드필드 국장은 자신이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게 됐다고 CNN은 전했다. 앞서 17일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ㆍ제조업 정책국장은 코로나19 국면 초기의 진단키트 결함 사태 등을 거론하며 “초기에 CDC가 나라를 실망시켰다”고 공개 비판했다. 최근 TF 회의에선 벅스 조정관과 레드필드 국장이 한 차례 이상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고 전해졌다. 아울러 레드필드 국장은 최근 CDC의 자료수집 방식 개선에 관한 핵심 회의에서도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기류에 대해 CDC 관계자들은 “백악관이 과학보다 정치에 의해 움직이면서 우리의 노력이 좌절됐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한 관계자는 “(백악관이) 우리에게 재갈을 물려 CDC 위상을 떨어뜨린 결과 바이러스가 더 심각하게 퍼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유럽에 대한 여행금지 조치를 3월 11일에서야 내린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당초 CDC는 3월 2일 내부 소식지에서 “유럽 지역, 특히 이탈리아에서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다”며 백악관에 예방 조치를 촉구했다. CNN은 “CDC 인사들은 이러한 조치의 지연이 결국 상황을 악화시키고 73년 전통의 CDC를 왜소화시켰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공화당 의원들과의 오찬회동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레드필드 국장이 일을 잘하고 있다”며 “오찬 자리에서 CDC 관련 논의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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