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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코로나 우려에 外人 필기시험 면제… 中, 명문대 입시 차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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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코로나 우려에 外人 필기시험 면제… 中, 명문대 입시 차별 논란

입력
2020.05.24 10:00
수정
2020.05.24 14:2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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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호복을 입은 중국 유학생이 지난달 태국 수완나품국제공항에서 중국행 항공편에 탑승하기 전 여권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방콕=로이터 연합뉴스
방호복을 입은 중국 유학생이 지난달 태국 수완나품국제공항에서 중국행 항공편에 탑승하기 전 여권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방콕=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명문대가 잇따라 외국인 학생에게 입시 필기시험을 면제한다고 발표하자 중국인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들끓고 있다. 경쟁률이 족히 ‘수천 대 1’에 달하는 명문대 입학의 비좁은 문을 단지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손쉽게 열어주는 건 과도한 특혜라는 불만이다.

베이징대는 지난달 27일 “외국 국적자와 홍콩ㆍ마카오ㆍ대만 출신 신입생은 인터넷 화상면접을 통해 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입국이 차단돼 중국에서 시험을 치를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어 능력과 학교 성적 등 서류전형을 통과하면 바로 면접을 볼 수 있다. 칭화대가 2017년부터 유사한 제도를 시행 중인 가운데 올 들어 베이징대를 비롯해 런민대, 상하이자오퉁대 등 유수의 명문대가 속속 동참을 선언한 것이다.

당장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한 불가피한 조치로 보인다. 문제는 중국인들의 상대적 박탈감이다. 중국의 대학 입학정원에는 지역별 할당이 있어 명문대 입학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실제 인구가 1억명이 넘는 허난성의 경우 중국 대학 순위 1,2위를 다투는 베이징대와 칭화대 입학생은 통틀어 매년 200명 안팎이다. 1점 차로 수천 명의 당락이 엇갈리는 치열한 경쟁구도다.

일부 대학의 과도한 유학생 우대정책이 정서적 반발을 부른 측면도 있다. 지난해 7월 산둥대는 서구 남성 유학생 2명의 학업도우미로 2명의 여학생을 배치해 논란이 됐다. 의사소통과 학교생활 적응을 돕는 데 굳이 이성친구가 필요한지를 놓고 질타가 쏟아졌다. 장학금을 포함해 외국인 유학생 지원을 위한 교육예산은 지난해 39억2,000만위안(약 6,742억원)으로 전년 대비 18.1% 늘었다. 런민대 부속중학교 출신의 중국인 외국 거주자 85%가 베이징대, 칭화대, 런민대 등에 진학했다는 통계도 있다.

대학들은 “외국 유학생은 대학 국제화와 경쟁력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인 만큼 적극 유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또 외국인 학생끼리 따로 경쟁하기 때문에 중국인 학생이 피해를 볼 우려는 없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칭화대와 베이징대는 각각 중국 학생 3,400명과 3,800명, 외국인 유학생 400명과 440명을 선발했다.

지난해 9월 영국 타임스고등교육이 발표한 ‘세계 대학 랭킹 2020’에 따르면 칭화대와 베이징대는 각각 23,24위에 올랐다. 아시아 최고 순위이지만 미국과 패권을 다투는 중국의 자존심을 감안하면 성에 차지 않는 성적이다. 대학들로선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더 공을 들여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누구는 죽어라 10년 넘게 공부해 겨우 도전하는데 누구는 국적 증명서 한 장으로 쉽게 대학 문턱을 넘는가”라는 푸념이 쏟아지고 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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