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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맛과 냄새를 말에 담으면

입력
2020.05.22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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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자극에 의해 일어나는 느낌을 표현하는 단어를 감각어라 한다. 그중 맛이나 냄새를 표현하는 감각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그것을 대표하는 음식을 확인할 수 있다. 달다(설탕), 짜다(소금), 맵다(고추), 시다(식초)처럼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구수하다(숭늉)와 고소하다(볶은 깨)처럼 한국인만 그 차이를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있다.

맛과 관련한 단어는 인물이나 감정을 묘사하는 표현으로도 널리 쓰인다. 짜다(인색하다), 맵다(사납다), 싱겁다(엉뚱하다), 쓰다(괴롭다), 달다(흡족하다) 등이다. 사람마다 입맛은 다르지만, 맛의 연상을 통해 표현의 효과가 높아지기 때문일 것이다.

냄새와 관련한 단어로는 ‘고리타분하다’가 있다. ‘고리다’는 썩은 달걀 냄새이고, ‘타분하다’는 음식의 냄새가 신선하지 않다는 뜻이다. 이러한 유래를 따져 보면 답답한 사람에게 고리타분하다고 말하는 것은 지나친 감이 있다.

한편 우리 고유의 감각어는 한민족의 문화적 성격을 잘 드러낸다. 한국미술사학자 고유섭(1905~1944)은 조선의 미를 ‘구수한 큰 맛’이라 했다. 그에게 있어 “구수하다는 것은 순박하고 순후한 데서 오는 큰 맛, 입체적으로 쌓인 맛, 완만한 맛”이다. 이러한 승화를 거두지 못하면 ‘텁텁한 맛’이 된다. 또 조선백자의 색조에 응결된 감정을 ‘고소한 맛’이라 했다. 그는 “구수한 것은 접함으로써 그 풍채에 서리게 되나, 고소한 맛은 씹고 씹어야 나오는 맛”이라고 그 미묘한 차이를 맛깔나게 구별하였다.

이렇듯 맛과 냄새를 담은 말은 단순한 비난이나 칭찬에서부터 ‘한국의 미’와 같은 심오한 개념을 설명하는 데 이르기까지 두루 효과를 발휘한다. 말의 무궁한 가능성을 어떤 방향으로 쓸 것인가는 우리의 몫이다.

강미영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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