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하락에 따른 낮은 물가 상승률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 우려에 영국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로 국채를 발행했다.
20일(현지시간) BBC와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 부채관리청은 이날 2023년 만기 채권 37억5,000만 파운드(약 5조7,000억원)어치를 -0.003% 수익률로 발행했다. 이는 영국 정부가 채권을 발행하면서 오히려 투자자로부터 이자를 받는다는 것을 뜻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자와 원금 상환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만기 때 투자한 돈보다 덜 돌려받게 된다.
2016년 영국 정부가 1년 미만 단기채를 마이너스 수익률로 판매한 적은 있지만, 기한 1년을 넘는 채권을 마이너스 수익률로 매각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그간 유럽에서는 독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프랑스 등이 마이너스 국채를 발행한 적이 있다.
영국이 마이너스 국채를 발행한 것을 두고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더욱 힘을 얻는 분위기다. 앞서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 충격이 커지면서 지난 3월 영란은행은 두 차례 특별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0.75%에서 사상 최저 수준인 0.1%로 대폭 낮췄다.
이날 발표된 영국의 인플레이션 지표도 마이너스 금리 가능성에 불을 붙였다. 4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0.8%로 약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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