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를 끝으로 여의도를 떠나는 5선 정병국 미래통합당 의원이 20일 마지막 본회의에서 “때로는 우리 당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고, 때로는 이 곳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몸싸움과 아귀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그런데 되돌아보니 국민의 절실한 민생을 위해 거리로 나가고 의사당을 점거하고 몸싸움을 했던 적은 별로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결국 국회가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고, 또 정치가 국가의 미래를 제시하지 못한 것”이라며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했다.
정 의원은 이날 의사진행발언을 요청해 연단에 섰다. 4ㆍ15 총선 불출마로 21대 국회에서는 의정활동을 이어갈 수 없게 된 그는 20년 국회 생활을 마무리 하는 소회와 당부를 이 자리에서 담담히 전했다. 그는 “저는 처음 국회의원 배지를 달면서 ‘국민을 두렵게 여기고, 작은 소리도 크게 듣고, 국민께 꿈과 희망을 제시하는 정치를 하겠다’는 다짐하면서 의정활동을 시작했다”며 “(그러나) 20년 마무리하는 시점에 남은 것은 반성과 회한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21대 국회를 이끌어갈 당선자들에게 “여야의 이해관계가 상충하지 않는 공전 없는 국회법을 1호 법안으로 통과시켜주길 희망한다”고 했다. 신속한 원 구성과 매월 임시회 개회 및 본회의 2회 개의, 국회의원 윤리 강화를 골자로 원혜영ㆍ이석현ㆍ이종걸ㆍ김무성ㆍ정갑윤 의원 등과 함께 발의한 법안을 언급하면서다.
그는 “177석이면 177석 다운 정당, 103석이면 103석만큼의 정당으로서 국민이 부여한 권한 만큼의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상대방의 다름을 존중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각자 표방해야 할 이념과 대변해야 할 유권자가 다름은 우리 모두의 전제가 아닌가”라며 “이 다름을 무시할 때 국회는 또 다시 싸움의 장이 될 수 밖에 없다. 부디 21대 국회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회의 권위를 세우고 의원의 품격을 되찾는 국회 되길 바란다”고 했다.
정 의원의 발언이 끝나자 의원들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구구절절 옳은 말씀을 하셨다”고 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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