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국회 입성 후 6선… 여야 아우르는 리더십 기대
대전에서 내리 6선한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의장에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5선의 김진표 민주당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경선 없이 21대 첫 국회의장으로 사실상 확정된 건데요.
박 의원은 ‘삼수’ 끝에 입법부 수장에 올랐죠. 20대 국회 전반기 의장 경선에 나섰지만 정세균 전 의장에 밀렸고, 후반기 경선에는 문희상 전 의장과의 경쟁에서 20표 차이로 패했어요.
‘삼수생’이라 더 절박했던 걸까요. 박 의원은 지난달 일찌감치 호남ㆍ충청 등을 돌며 눈도장을 찍었어요. 21대 초선 당선인들을 대상으로 직접 쓴 손 편지를 보내거나 의원들에게 케이크를 선물하며 국회의장 선거에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힘든 일 잘 참고 견뎌 내
이렇게 ‘야무진’ 그의 어린 시절 별명은 ‘대추방망이’랍니다. 초등학생 시절 담임선생님이 붙여줬다는데요. 작지만 대추나무로 만든 방망이처럼 옹골지고 단단하다는 의미지요. 어린 박 의원이 어렵고 힘든 일이라도 참고 잘 견뎌낸다며 지어준 별명입니다.
대전 동구 출신인 박 의원은 성균관대 법학과 졸업 후 중앙일보에 입사했어요. 경제부장과 홍콩특파원을 지냈죠. 1989년 홍콩특파원 시절엔 중국 톈안먼(天安門) 사태를 취재해 한국기자상을 수상했어요. 그는 신변의 위험을 무릅쓰고 50일 넘게 베이징 현지에서 자오쯔양(趙紫陽) 전 공산당 총서기의 구금 사실을 특종 보도했습니다. 자오쯔양 전 총서기는 톈안먼 사태를 강제 진압하는데 반대하다 실각한 개혁파 지도자랍니다.
이런 배경 때문에 박 의원은 중국을 잘 아는 ‘중국통’으로 평가 받는데요. 2017년엔 국제협력 정상포럼 참석 차 중국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나 사드 배치 문제로 빚어졌던 갈등을 해소하고자 노력하기도 했죠.
◇10년 가까이 초선들에게 따뜻한 잔소리 담은 손 편지 써와
1997년 대선 당시 박 의원은 대전 출신 임에도 충청의 ‘맹주’ 역할을 했던 자유민주연합 대신 새정치국민회의(민주당 전신)에 입당했어요. 덕분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신임을 얻을 수 있었죠. 박 의원은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 국민회의 수석부대변인으로 정계에 입문했습니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 대변인을 맡아달라고 했다고 해요.
2000년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로 대전에서만 내리 6선을 합니다. 20년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민생을 최우선으로 하고 대화를 중요하게 여기는 중도개혁주의자로 자리잡았죠. 여야 갈등 때마다 협상을 조율해 계파색이 옅고 야당 중진들과의 관계도 원만하기 때문입니다. 야당 정책위의장이었던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때는 여당과 비공개 협상을 진행해 정체 상태에 빠진 국회를 정상화시키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여야를 아우르는 국회의장으로 적합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죠.
또 재밌는 사실이 있어요. 박 의원이 초선 당선인들에게 손 편지를 쓴 것은 처음이 아니랍니다. 4선인 19대 국회부터 지금까지 초선 당선인들에게 의정 활동 관련 조언들을 담은 손편지를 꾸준히 써오고 있거든요. 초선 의원으로서의 마음가짐부터 보좌진 채용 때 참고 사항 등 슬기로운 여의도 생활을 담은 팁을 꼼꼼히 담았죠. ‘따뜻한 잔소리’도 담겨 있구요.
최근 보낸 손편지에는 무슨 내용을 담았을까요. “당선 후 등원까지, 지역민들에 대한 감사 인사를 성의 있게 해야 한다” “상임위는 전공을 살피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곳을 권한다”는 등의 내용을 전했답니다.
박 의원이 국회의장으로 서는 국회는 어떤 모습일까요. 20대 국회에서 반복됐던 분열을 끝내고 협치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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