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넉 달째 터미널 가보니… 하루 이용객 5,000명대도 무너져
지난 19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1층 B입국장. 텅 빈 입국 환영홀로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출발한 대한항공 KE9972편을 타고 입국한 승객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먼저 항공기 기장이 나온 뒤 이후 30여분 동안 나온 이들은 모두 열 명 안팎. 넉 달 전까지만 해도 형형색색의 옷을 걸친, 왁자지껄한 관광객들이 북적거렸던 자리다.
입국자들은 한 눈에 봐도 출장기업인들이다. 지난달 전기차 배터리 공장 증설을 위해 전세기편으로 헝가리로 날아갔던 SK이노베이션과 그 협력사 직원들이 45일만에 들어왔다. 입국장에는 한달 전보다 많은 수의 가게들이 문을 열어놓고 있었지만, 손님이 없기는 마찬가지. 한 매장 관계자는 “관광객처럼 보이는 손님을 언제 받아봤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했다.
복귀하는 출장 기업인들과 이들의 ‘안전한’ 귀가를 돕기 위한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 그리고 이들을 해외입국자 전용버스 정류장으로 안내하는 방역 당국자, 택시 기사들이 드문드문 보이는 입국장은 그래도 윗층의 출국장에 비하면 사정이 나은 편이다. 출국장 층의 항공사 카운터는 대부분 닫혀 있고, 터미널 관리 직원들이 이따금씩 오갈 뿐 출국장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 1월 20일 이후 넉 달째 이어지고 있는 인천국제공항의 풍경이다. 인천공항 이용객은 1월 630만9,369명으로 일 평균 20만3,528명을 기록했지만, 이달 들어 18일 동안 7만6,982명에 그쳐 일 평균 4,276명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대한민국 관문은 언제쯤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까. 인천공항공사가 고사 직전의 항공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여객 인당 1만원을 지원한 등 연간 약 500억원 규모의 인센티브를 풀기로 했으나 언제 회복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공사 관계자는 “비지니스맨들을 중심으로 조금씩 이동이 생기고 있는 만큼 7월부터는 회복세로 돌아서고 연말에는 어느 정도 확보할 것으로 예측한다”면서도 “그때까지 변수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비싼 비행기를 계류장에 묶어 놓고 있는 국내 항공사들도 ‘그날’을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어 조심스럽게 일부 국제노선 운항 재개에 나서는 분위기다. 현재 대한항공은 총 110개 국제선 노선 중에 횟수를 대폭 줄인 13개 노선만, 아시아나항공은 73개 노선 중에 14개 노선만 운항하고 있다. 제주항공, 진에어 등 저비용항공사(LCC)들도 노선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화물터미널은 비교적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북적댄다는 점이다. 지난 1월 화물 처리량 20만8,064톤으로 작년 동기(21만7,473톤)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데 이어 지난 4월에도 21만6,711톤으로 전년(22만7,958톤)과 비슷한 물량의 화물을 처리했다. 이달 18일까지 처리된 화물도 12만3,334톤으로, 전년(13만480톤)과 비슷하다.
영종도=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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