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고야구 선수들의 ‘꿈의 무대’인 고시엔(일본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취소됐다. 1915년부터 시작해 100년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대회이지만 전세계적 감염증의 우려를 피하지 못했다.
일본고교야구연맹과 고시엔 주최사인 아사히신문은 20일 온라인으로 운영위원회 이사회를 열고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올 여름 예정된 제102회 고시엔 대회와 봄에 열리는 선발고교야구대회(봄 고시엔) 개최 취소를 결정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운영위는 감염증 전문가의 의견을 바탕으로 전국대회에서 감염 우려가 높은 ‘3밀(밀폐ㆍ밀집ㆍ밀접)’을 피하는 대책을 검토해 왔다. 무관중 개최, 개회식 취소 등을 검토했으나 출전학교의 장기간 이동과 단체 숙박 등을 고려할 때 감염 확산 우려를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최근 신규 확진자가 줄면서 일본 정부의 긴급사태 선언이 현재 39개현에서 해제된 상황이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휴교 장기화에 따른 연습 부족뿐 아니라 무엇보다 선수들의 안전과 건강을 감안한 조치다. 또 장기 휴교로 인해 각급 학교들이 여름방학을 단축해 등교 일수를 늘리려는 움직임 속에 대회 개최가 학업에도 지장을 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고시엔 취소는 역사상 세 번째다. 1918년 쌀 소동(쌀 가격 폭등으로 발생한 민중 봉기)과 1941년 태평양전쟁을 이유로 취소한 바 있다. 태평양전쟁 중인 1942~1945년엔 아예 중단됐고, 전후 취소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취소 결정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선 고시엔 출전이 목표인 고교 야구선수는 물론 고교야구 팬들의 아쉬움을 토로하는 반응이 줄을 잇고 있다. 고시엔 기간 공영방송 NHK는 대부분의 경기를 생중계하고 신문 지면도 경기 결과 등 대회 소식으로 채워질 정도로 고시엔의 인기는 절대적이다. 미야모토 가쓰히로(宮本勝浩) 간사이대 명예교수는 고시엔이 취소될 경우 발생하는 경제 손실을 672억4,415만엔(약 7,600억원)으로 추산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