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과의 관계 강조하면서 中 견제
외교청서에서 “매우 중요한 파트너”
대만 WHO 참가 “일관된 지지” 명기
일본이 대만을 지렛대 삼아 중국을 견제하고 나섰다. 대만의 세계보건기구(WHO) 참가 여부를 둘러싼 미중 갈등 속에 대만의 참가를 공개 지지한 데 이어 올해 외교청서에서 “매우 중요한 파트너”라고 표현하며 지난해보다 대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국과 영유권 갈등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주변 중국 선박의 항행 등에 대한 긴장관계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WHO서 “대만 성과 참고해야”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장관은 19일 화상회의로 개최된 WHO 총회에서 중국의 견제로 대만의 옵서버 자격 참가가 무산된 것을 지적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세계의 모든 정보와 지식을 총동원하는 것이 중요하고 대만과 같은 공중위생상 성과를 거둔 지역을 참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며 “전세계의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서도 특정 지역을 남겨둠으로써 지리적 공백이 발생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을 거론하며 비판하지는 않았지만 대만의 참여를 반대해 온 중국을 다분히 견제한 발언이다.
일본의 대만 중시는 외무성이 같은 날 각의(국무회의)에 보고한 외무청서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엔 ‘중요한 파트너’라고 기술했지만 올해엔 ‘매우 중요한 파트너’라는 한층 강조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재집권한 후인 2012년 12월을 전후로 대만 중시는 이어지고 있다. 2012년 외교청서에선 ‘중요한 지역’이라는 표현만 기술됐지만 2013년 ‘중요한 파트너’로 바뀌었고 2015년 이후엔 ‘기본적 가치를 공유’, ‘소중한 친구’라는 표현이 추가됐다. 이와 관련, 아베 총리는 올해 1월 정기국회 시정방침 연설에서도 대만을 언급했다. 총리의 정기국회 시정방침 연설에서 대만을 언급한 것은 2006년 이후 14년 만이다.
올해 외교청서에서는 대만의 WHO 참가에 대해 “일관되게 지지를 계속해 오고 있다”고 처음으로 명기했고, 지난해 반 페이지 분량에 불과했던 대만과의 관계를 한 페이지 분량으로 늘렸다. 자민당 외교조사회 등에서도 지난달 외교청서에서 대만에 더 많은 분량을 할애해야 한다는 입장을 외무성에 전달했다.
◇中 해양진출 저지 위한 지정학적 중요성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일 “미일에 있어 대만은 해양 진출에 힘을 쏟고 있는 중국에 맞서기 위해 중요하다”며 “반도체산업이나 관광 등 경제적 유대관계도 강하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ㆍ태평양 구상에서 대만은 중국의 해양진출 저지를 위해서도 지정학적인 중요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일 양국은 센카쿠열도 주변 중국 선박 항행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지난 8일 해당 수역에서 중국 공선 2척이 일본 어선 1척을 접근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일본 정부는 즉각 항의했지만 중국 측은 “일본 어선이 중국 영해에서 불법 조업을 했다”며 맞받았다.
일본 해상보안청에 따르면 지난해 센카쿠열도 주변 접속수역에서 확인된 중국 공선의 항행 사례는 1,000건이 넘었다. 올 1~4월에는 38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86건을 훨씬 웃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만의 WTO 참가와 코로나19 책임론을 둘러싼 미중 갈등에서 일본 정부는 미국과 보조를 맞추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일본의 외교청서에선 코로나19와 관련해 “2019년 말 이후 중국에서 발생했다”고 명기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에 대해선 “가장 중요한 양국관계 중 하나”라는 기존과 동일한 표현으로 중국과의 관계도 신경을 기울였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국빈 방일 일정을 재조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술했고 코로나19 사태로 현지 일본인 귀국을 위한 전세기 파견 등의 양국 간 협력 사례도 소개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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