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수동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 아파트의 3가구 무순위 청약에 무려 26만여명이 몰렸다. 투기지역에 있는 데다 분양가가 15억원이 넘어 담보대출도 불가능하지만, 당첨만 되면 최소 5억원 이상 시세 차익을 거둘 거라는 기대감에 역대급 경쟁률을 기록한 것이다.
20일 대림산업에 따르면, 이날 진행한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 3가구 대상 무순위 청약에 총 26만4,625명이 지원했다. 인기가 가장 높았던 전용면적 97㎡B는 21만5,08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159㎡A와 198㎡도 각각 3만4,959대 1과 1만4,581대 1에 이르렀다. 분양업계에선 무순위 청약 사상 역대 최고 경쟁률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 아파트는 담보대출이 불가능하다. 지난해 정부는 12ㆍ16 부동산 대책으로 투기지역 내 15억원 이상 아파트를 담보로 한 대출을 금지했다. 이번 무순위 청약 대상 3가구 모두 분양가가 15억원을 훌쩍 넘는다. 대림산업에 따르면 97㎡B는 17억4,100만원, 159㎡A는 30억4,200만원, 198㎡는 37억5,800만원이다. 전액을 대출 없이 자기 돈으로 납부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당첨은 곧 횡재’로 여겨지며 신청자가 몰렸다. 3가구 모두 2017년 분양 당시 매겨진 분양가여서, 시세 차익이 상당할 것이란 예측이 많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 인근 ‘트리마제’ 전용면적 84.82㎡는 지난 2월 29억원에 매매됐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최소 5억원에서 높게는 10억원 이상 시세 차익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무순위 청약은 서울 및 수도권에 거주하는 성인이면 누구나 신청이 가능하며, 계약 포기에 따른 불이익이 없어 최근 물건이 나올 때마다 기록적인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 청약에도 실수요자는 물론, 자금 능력이 부족한 2030세대까지 신청 행렬에 동참했다.
97㎡B를 신청한 장모(30)씨는 “계약금과 중도금인 3억4,820만원만 확보하면, 잔금은 전세로 충당할 계획”이라며 “반쯤은 호기심으로 신청했지만, 당첨되면 주변 사람에게 돈을 빌려서라도 반드시 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도 불가능한 아파트 청약에 20만명 이상이 몰리는 걸 두고, 부동산을 향한 여유자금이 여전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입지가 좋은 데다가 인근 아파트에 비하면 상당히 저렴할뿐더러, 시중 부동자금이 상당한 것도 경쟁률을 높였다”며 “서울에서 보기 드문 무순위 청약인 것도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이번 무순위 청약 당첨자는 28일 오후 1시 대림산업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발표된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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