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재단과 시설 분리’ 지시와 할머니 등 포함 운영위 반대 무시
조계종 시설 경력자 사무국장에 앉혀… 공익제보자들 “증거인멸 작업”
[저작권 한국일보] 지난 19일 경기 광주시 퇴촌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보금자리인 나눔의 집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채 돌아가신 할머니들의 흉상과 소녀상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홍인기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복지시설인 나눔의집이 최근 규정과 절차를 무시한 채 사무국장 임명을 강행, 논란이 번지고 있다. 특히 나눔의집은 재단과 시설을 분리 운영하라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시도 무시한 채 임명을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안신권 나눔의집 소장은 지난달 말 조계종 산하 시설 경력을 가진 A씨를 신임 사무국장에 임명했다. A씨는 나눔의집 이사진들의 면접을 거친 후 안 소장의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직원들은 A씨의 임명이 규정과 절차 위반이라고 지적한다. 나눔의집 시설운영규정에 따르면, 시설 직원은 시설장인 소장이 대표이사의 사전 승인을 받아 임명해야 한다. 이사진 등 나눔의집 법인이 법인 산하 거주지원시설(나눔의집 생활관)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둔 방어장치다. 나눔의집 내부고발자 B씨는 “이사진 등 나눔의집 법인이 산하 거주지원시설(나눔의집 생활관)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고리로 낙하산 사무국장을 내려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내부고발자들은 지방자치단체 지시도 어겼다는 주장이다. 앞서 경기 광주시는 지난달 2, 3일 나눔의집에 대한 지도점검을 통해 같은 달 22일 시설과 법인의 업무를 구분하라며 나눔의집에 350만원의 과태료를 처분했다. 광주시는 20여가지 사항을 지적한 감사결과를 통보하며 “시설장인 소장이 법인업무를 수행하고 법인회계가 시설회계 업무를 대행하는 등 법인과 시설이 구분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안 소장은 광주시의 통고처분을 무시한 채 A씨를 고용했다. 당시 시설장과 할머니 가족, 시설 직원 등 8명으로 구성된 시설 운영위원회에서 A씨의 고용이 광주시의 감사 결과와 모순된다며 반대 의견을 내놓았지만, 회의가 진행되는 와중에 안 소장이 A씨의 임명을 강행했다. 또 정부의 지원금을 받아 운영돼 직원을 채용할 때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 등 2곳에 15일 이상 공고해야 함에도 당시 안 소장은 나눔의집 홈페이지에만 공고를 올렸다.

공익제보자들은 이런 법인과 소장의 결정이 현재의 문제제기를 덮기 위한 절차라고 주장한다. 나눔의집 공익제보자들은 지난 19일 보도자료에서 “법인이 새로운 운영진을 추가로 채용했다”며 “이들은 직원들이 문제제기 했던 부분들에 관한 내용을 교묘히 감추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채용 의혹과 관련한 안 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지난 13~15일 경기도가 실시한 나눔의집 특별점검에서는 공익제보자들이 지적한 후원금 부정 사용이 다수 확인됐다. 나눔의집은 2015년 9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출근내역이 없는 법인 산하 역사관 직원의 급여 약 5,300만원을 후원금으로 지급했고, 자산취득에 사용할 수 없는 후원금으로 토지취득비 약 6억원을 지출했다. 시설 증축 공사비 약 5억원도 주무관청 승인 없이 후원금으로 냈다. 경기도는 나눔의집에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을 하고, 특별사법경찰관으로 특별수사팀을 꾸려 진상 규명에 나설 방침이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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